공사현장 일용직 노동자가 화장실을 이용하다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심장질환을 앓던 일용직 노동자가 공사현장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숨졌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공사현장에서 숨진 건설일용직 노동자 ㄱ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인 ㄱ씨 유족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ㄱ씨는 2019년 4월28일 오전 10시26분께 근무하던 공사현장에 설치된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한 시간 뒤인 11시39분 숨졌다. 부검 결과, ㄱ씨는 평소 심장 동맥경화에 따른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 유족은 ㄱ씨가 업무상 재해로 숨졌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고인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에 유족은 공단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ㄱ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만성 심장질환 등이 있던 고인은 육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업무를 3개월을 쉰 후 10일간 연속으로 하는 등 근무 시간과 강도가 사망 전 짧은 기간에 급격히 변했다. 근무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발살바 효과’와 비좁은 공간 등이 영향을 미쳐 심장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발살바 효과는 운동 등을 하면서 숨을 참고 갑자기 힘을 줄 때 뇌에 산소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돼 의식을 잃는 현상을 말한다.
재판부는 “발살바 효과에 의하면,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류가 감소하여 심박출량이 줄게 되어 심근 허혈성 급사에 이를 수 있고, 겨울철 배변 행위 중 발살바 효과로 사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인은 이 사건 현장에 설치된 재래식 이동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 현장의 남자화장실은 한 개의 컨테이너에 3칸으로 구성됐고, 진료기록 감정의는 비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고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나, 업무상 과로와 발살바 효과가 고인의 관상동맥 파열 등에 심장질환 악화인자가 될 수 있었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원고 승소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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