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금천구의 금천구푸드뱅크마켓 진열대 모습. 이곳 직원들은 후원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도 후원자를 발굴해 최대한 진열대를 채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금천구푸드뱅크마켓 제공
“공부하느라 지친 딸을 위해 육류를 가져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냉동 통닭이라도 하나 구할 수 있어 다행이네요. 올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진열대가 거의 비어있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21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관악푸드마켓(푸드뱅크)에서 식품을 가지고 나온 정아무개(56)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등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정씨는 코로나19 이후 푸드뱅크에서 라면이나 인스턴트 식품 외엔 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어려운 살림에 무료로 식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하지만 딸을 생각하면 좀더 좋은 걸 가져오고 싶은게 엄마의 마음이다. 푸드뱅크 문 앞에는 5명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씨와 같은 한 부모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등 지자체 복지망에 편입된 취약계층에게 식료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푸드뱅크진열대가 비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은 늘어나는데 후원과 기부는 줄어 식료품을 들여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푸드뱅크사업단 통계를 보면, 서울지역에 각종 물품이나 현금으로 기부된 금액은 2019년 약 545억45만원에서 2021년 약 457억9480만원로 16%가량 줄어든 반면, 이용 인원은 2019년 5만3770명에서 6만511명으로 12.5% 늘어났다. 푸드뱅크사업단 관계자는 “1998년 푸드뱅크 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난 2020년 처음 기부 금액이 전년도보다 줄었다. 코로나19로 수요는 늘어가는데 기부는 줄어 신선식품 등 이용자들이 원하는 푸드뱅크 재고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푸드뱅크는 국비, 지자체 지원금을 기본으로 후원과 기부에 기대 운영된다.
푸드뱅크 직원들은 진열대가 비지 않도록 물품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21일 서울 금천구의 금천구푸드뱅크마켓에서 만난 인치성 센터장은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기부금은 50%가량, 후원물품은 30%가량 줄어들었다. 매달 육류 30~40만원가량을 기부하던 한 육류가공업체도 식당들이 문을 닫는 탓에 사정이 어려워 기부가 더는 어렵겠다고 알려왔다”며 “어떻게든 이용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센터장 포함 3명밖에 없는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서 후원자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영등포구사랑나눔푸드뱅크마켓 앞. 고병찬 기자
푸드뱅크 사정이 어려워지자 한편에선 정말 필요한 사람들로 이용자를 선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오히려 이용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 복지망엔 편입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실직하거나 생계 곤란에 빠지는 이들을 푸드뱅크를 통해 발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복지망에 포착된 취약계층이 아닌 구민들에게도 푸드뱅크를 2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영등포사랑나눔푸드뱅크가 좋은 사례다. 한용훈 점장은 “작년 한 해 동안 이용 대상이 아닌데도 푸드뱅크를 이용한 사람은 6115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39.4%에 달했다. 이분들을 주민센터에 연계해 새로 복지망에 편입시켜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흥주 원광대 교수(복지·보건학부)는 “푸드뱅크를 중심으로 지역주민 연결망을 조직해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푸드뱅크 이용 방법
https://www.foodbank1377.org/guide/useInfo.do
푸드뱅크 기부 방법
https://www.foodbank1377.org/donate/guide.do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