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법무부에서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새 정부 법무부 장관이 재판 대응을 어떻게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이 사건 ‘피고’ 법무부 장관들은 윤 당선자에 대한 징계가 정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윤 당선자가 임명하는 새 법무부 장관이 이런 주장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윤 당선자가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당선자가 2020년 12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청구 소송은 현재 서울고법 행정1부(재판장 심준보)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지난해 10월 원고 패소판결하며 법무부 장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윤 당선자의 총장 시절 징계사유 4건 가운데 △주요 사건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에이(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에이> 사건 관련 수사 방해 등 3가지 사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피고) 쪽의 ‘징계가 정당하다’는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윤 당선자 쪽은 항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당선자가 임명할 ‘새 법무부 장관’이 피고로서 ‘징계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 장관으로 윤 당선자의 측근이 올 가능성이 큰데, 대통령에 맞서는 주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 소송에 대한 새 법무부 장관의 태도에 따라 ‘시빗거리’가 생길 수 있다. 법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만약 법무부 장관의 태도가 바뀐다면 법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합리적 근거 없이 종전의 입장을 뒤집은 게 타당하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 변호사도 “윤 당선자가 임명할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 대한 징계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 법무부 장관이 징계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태도를 바꿀 경우, 법적으로 이해충돌 여부를 따지긴 어려워도 사회적 의미의 이해충돌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반면, 새 법무부 장관이 지금까지의 기조를 전면적으로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징계 정당성을 주장하던 목소리에 힘을 뺄 수는 있겠지만, 새 법무부 장관이 기존의 논리를 완전히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피고가 원고 편에서 소송을 진행한다면 구설에 오르는 건 물론 직권남용 소지까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 쪽은 일단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자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송을 취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가 소송을 취하할 가능성도 있다. 항소심에서도 패소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승소해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봐주기 판결’이라는 이라는 비판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태호 교수는 “법원에서 어떤 결과를 내도 국민들 입장에서 법리대로 판단한 결과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원이 정치적 압력을 받든 안 받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있으리라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윤 당선자가 얻는 실익이 없다.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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