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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3조 중)
‘
사람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전문위원회 권고안)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전문위)가 성폭력처벌법 등에 명시된 피해자 중심의 ‘성적 수치심’이란 표현을 성 중립적 법률 용어로 대체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성적 수치심’은 과거 정조 관념에 뿌리를 둔 개념으로,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성 차별적 용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위는 24일 ‘성범죄 처벌 법령상 부적절한 용어 개정’ 권고안을 내어, 성폭력처벌법과 청소년성보호법, 아동복지법, 노인복지법 등 성범죄 처벌 관련 법령에 담긴 ‘성적 수치심’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성 중립적 법률 용어인 ‘사람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 문구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성적 수치심’이라는 말에는 피해자들이 겪는 공포와 분노, 비현실감, 죄책감, 무기력, 수치심 등 복합적인 피해 감정을 소외시키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용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욱이 ‘수치심’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느껴야 하는 감정이고, 피해가 아닌 가해행위 위주의 법률용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위의 판단이다.
■ 수치(羞恥) : 「명사」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표준국어대사전)
■ 수치심(shame) : 다른 사람이 자신을 결점이 있는 사람으로 바라본다고 판단할 때 발생하는 정서.(심리학용어사전, 한국심리학회)
전문위는 “성범죄 처벌 법률 또는 판결문에 ‘성적 수치심’ 표현이 적혀, 피해자의 주관이 범죄 성립 여부를 결정한다는 오해를 야기할 수 있어 법률용어로 적합하지 않다”며 “‘성적 수치심’을 가해행위 중심의 성 중립적 용어인 ‘사람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용어 변경을 통해 고정관념과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2차 가해로부터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실질적 범죄피해 회복 등 치료적 사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이른바 ‘레깅스 불법촬영 사건’에서 피해자가 느낄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뿐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피해 감정을 포함한다”며 피해자의 다양한 피해 감정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성적 수치심의 의미를 넓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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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