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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말 갈래사전’ 박용수 전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별세

등록 2022-03-26 15:42수정 2022-03-26 15:43

박용수 전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연합뉴스
박용수 전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연합뉴스

박용수 전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이 25일 오전 6시쯤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 고인은 시인이자 민주화운동을 현장에서 기록한 사진가로, 또 창작자를 위한 ‘분류 사전’을 개척한 국어학자로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

193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16살 때인 1950년 한국전쟁 탓에 장티푸스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청각·언어 장애를 갖게 됐다. 학교를 중퇴하고 사진을 배우면서 동시에 1960년 한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30살 때 상경해 명동 ‘허바허바사장’이라는 유명 사진관에 취직했다.

사진 견습생의 권익을 지키려 노조를 만들었다가 해고됐다. 이후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던 소설가 이문구, 시인 신경림 등 여러 문인들과 함께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 전신)를 만들었다.

민주화운동이 절정으로 치닫던 1980년대 후반에는 50대의 나이로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볐다. 당시 그가 찍은 사진 8만7000여 점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됐다. 1989년에는 사진집 ‘민중의 길'(분도출판사)을 펴냈다.

시에 대한 열정은 ‘창작용 사전 편찬’으로 이어졌다. 1989년 한길사에서 펴낸 ‘우리말 갈래사전’(현재 서울대 출판부가 발행)이다. 시에 쓸 우리말 표현을 고민하며 모아놓은 낱말 뭉치를 책으로 펴냈다. 고인은 생전 사전 편찬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짧은 시에도 한자가 들어가 있었다. 남의 나라말이 없으면 시 한 편 쓰지 못한다는 아쉬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말을 찾아 나서게 됐다.” (2006,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

아들 박승화 <한겨레> 출판사진부 기자는 “시를 쓰다가 적절한 표현이 뭐가 있을까 찾으려고 말뭉치를 모으기 시작하셨다고 들었다. 책 읽을 때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보는 ‘독서용 사전'이 아니라 뭔가 쓰려고 만든 ‘창작용 사전'이었다”고 했다.

‘우리말 갈래사전은’ 1989년 3월 문익환 목사가 방북했을 때 김일성 주석에게 선물한 것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겨레말 통일사전’을 편찬하자는 약속이 이뤄졌고, 고인은 이를 위해 1990년 ‘한글문화연구회’를 설립하고 사전 편찬 작업을 이어갔다. ‘겨레말 갈래 큰사전'(1993·서울대출판부), ‘우리말 갈래사전'(2002·서울대출판부), ‘겨레말 용례사전'(2006·서울대출판부), ‘우리말 활용사전'(2007·서울대출판부) 등을 잇따라 펴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국제팬클럽 한국본부 회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편집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되던 첫 해인 2006년 한글문화연구회는 세종문화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대통령 표창, 동숭학술상 등도 받았다.

빈소는 26일부터 일산 동국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된다. 발인은 29일 오후 3시.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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