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석촌호수엔 가족·연인과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벚꽃은 아직 꽃봉오리를 터뜨리지 않았지만, 영상 13도의 완연한 봄 날씨에 시민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시민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추억을 남겼다. 고병찬 기자
“저기 초록색 봉오리 올라왔다. 좀 있으면 벚꽃이 만개하겠네.”
27일 낮 영상 13도의 완연한 봄 날씨에 서울 대표 벚꽃 명소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은 가족·연인 등 인파로 북적였다. 트렌치코트와 바람막이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은 호숫가를 배경으로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이후 닫혔던 서울 주요 벚꽃길이 3년 만에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송파구청은 3년 만에 석촌호수 벚꽃길을 전면 개방하고, 다음달 3일까지 탄천·장지천길 일대를 중심으로 ‘21㎞ 송파둘레길 벚꽃나들이’ 행사를 열고 있다. 영등포구청은 여의서로 벚꽃길을 오는 31일부터 제한적으로 개방한다. 지난 2년 동안 닫아온 여의서로 벚꽃길 가운데 서강대교 남단~국회의원회관 사거리 1.7㎞ 구간이다.
2021년 전면 통제되었던 여의도 벚꽃길 전경. 영등포구 제공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 속에 구청들은 공식적인 벚꽃축제는 열지 않는다. 다만 시민들은 닫혔던 길이 열리는 것만으로 사실상 ‘봄꽃 거리두기 해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석촌호수에 나온 신아무개(24)씨는 “혹시 벚꽃이 피었을까 싶어 의정부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왔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아 아쉽다. 백신도 맞았고 주변에서도 다들 한번씩 코로나에 걸리는 분위기라 사람이 몰려도 본격적으로 벚꽃이 피면 다시 찾아야겠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석촌호수에 온 김찬영(25)씨는 “에스엔에스(SNS)에서 벚꽃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는데 아쉽다. 사람이 많이 모일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야외이기도 하고, 코로나 확진자는 항체가 있다고 해서 걱정은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이 1천만명 선을 넘어서며 무뎌진 방역수칙을 이런 때일수록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차피 한번은 걸린다’는 식의 태도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현재 주간 하루 확진자 수가 35만명대이고 전파력이 높은 스텔스 오미크론도 늘고 있어 마음 놓기 어렵다. 실외라도 벚꽃축제처럼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나들이 장소 근처 식당·카페 등 마스크를 벗는 실내에서는 감염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가급적 포장해 사람이 적은 실외에서 먹는 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벚꽃길에선 우측 일방통행만 가능하도록 제한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구청 직원들이 방역수칙 준수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 주변으로 개나리가 만개했다. 고병찬 기자
고병찬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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