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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뇌출혈 아버지 방치 ‘간병 살인’ 20대, 징역 4년 확정

등록 2022-03-31 11:09수정 2022-03-31 11:17

“치료비 부담 퇴원 아버지 8일간 물·음식 안주고 방치
존속살해 고의 인정…어린나이·포기 심정 범행 고려”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호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1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ㄱ씨는 지난해 5월 집에서 투병하던 아버지 ㄴ씨에게 8일간 물과 음식, 처방약을 주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외동아들인 그는 아버지와 약 10년간 함께 살았다. 아버지 ㄴ씨는 2020년 9월 뇌출혈로 대구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4월 치료비 부담 등으로 퇴원했다. 당시 ㄴ씨는 혼자 거동을 하거나 정상적인 음식 섭취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ㄱ씨는 ‘2시간 간격으로 ㄴ씨 상태를 확인하고 돌보며 살기 어렵고, 경제적으로 힘드니 사망하도록 내버려 둬야겠다’는 생각에 퇴원 다음 날 부터 ㄴ씨를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ㄴ씨는 지난해 5월 영양실조와 폐렴 등으로 사망했다.

1심은 “ㄱ씨는 ㄴ씨를 부양할 의무가 있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ㄴ씨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영양 및 수분 공급, 투약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이를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ㄱ씨는 ㄴ씨에 대한 존속살해 고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어린 나이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 포기하는 심정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도 “ㄱ씨는 전적으로 보호가 필요했던 아버지 ㄴ씨를 방치해 살해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 어린 나이로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아버지를 기약 없이 간병해야 하는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했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ㄱ씨 사건은 어린 나이에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간병 살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ㄱ씨가 도시가스와 인터넷이 끊기는 등 생활고를 겪은 사정이 알려지면서 탄원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국회 예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들조차 최대한 국가가 자신들에게 다가온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 못한 것은 저희들의 책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 사건과 관련해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11월 ㄱ씨에게 위로가 담긴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 전 후보는 당시 “질병이 가난으로, 가난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살피겠다. ㄱ씨 사례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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