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신사중앙회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문신(타투) 시술을 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의료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신 시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와 수요증가 등에 따라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헌재는 31일 대한문신사중앙회 등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금지한 내용의 의료법 제27조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5(기각)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병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이런 내용의 의료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인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둬, 문신 시술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문신 시술이 공중 보건위생상 위해성이 크지 않고, 외국에서는 문신 시술사(타투이스트) 자격 또는 면허를 도입해 공중 보건위생을 보장하면서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또 국가가 의료인이 아닌 사람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자격과 요건을 법으로 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 부작위’라고 주장했다. ‘부작위’란 국가기관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의료인이 아닌 사람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 등 4명은 소수의견을 내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문신 시술에 대한 인식변화와 수요증가, 외국 입법례 등을 고려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 재판관은 “문신 시술은 치료목적 행위가 아닌 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와 구분되고, 최근 문신 시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수요가 증가해 새로운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미국·프랑스·영국 등 입법례와 같이 문신 시술자에 대해 의료인 자격까지 요구하지 않고도 안전한 문신 시술에 필요한 범위로 한정된 시술자의 자격, 위생적인 시술 환경, 도구의 위생관리 등 규제를 통해 안전한 문신 시술을 보장할 수 있다. 이는 국민의 신체나 공중위생에 대한 위해 방지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신 시술을 위해서는 안전한 시술을 위한 기술은 물론, 창의적이거나 아름다운 표현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오로지 안전성만 강조해 의료인에게 문신 시술을 허용한다면 증가하는 수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해 오히려 불법적이고 위험한 시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업을 금지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관 다수의견은 달랐다. 유남석·이선애·이은애·이종석·문형배 재판관 등 5명은 “문신 시술 방식은 피시술자뿐 아니라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의료법은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해 그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신 시술 자격제도와 같은 대안 도입 여부는 입법 재량의 영역에 해당한다. 입법부가 이 같은 대안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 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타투이스트 등으로 꾸려진 타투유니온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헌법재판소는 일본의 판례를 그대로 베껴오던 1992년 수준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번 선고와 관련없이 타투이스트들은 관련 재판에서 사법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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