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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만리재사진첩]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5년’ 이 눈물 그치도록…

등록 2022-03-31 16:28수정 2022-03-31 16:37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 5주년 기자회견
문 대통령 ‘1호 민원’ 진상규명 임기내 완수 호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어머니인 이영문씨가 3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5년 문재인 대통령 1호 민원, 마지막 서한문 전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2차 심해 수색을 호소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이 씨의 앞에는 스텔라데이지호의 모형이 놓여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어머니인 이영문씨가 3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5년 문재인 대통령 1호 민원, 마지막 서한문 전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2차 심해 수색을 호소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이 씨의 앞에는 스텔라데이지호의 모형이 놓여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7년 3월 31일 스텔라데이지호가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5년이 지났다. 한국인 8명을 포함해 22명이 실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10일, 실종한 가족들은 실종사 수색과 원인 규명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고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민원 1호가 됐지만, 임기말이 된 지금까지 민원은 풀리지 않았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5월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들이 문재인 후보를 기다리며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5월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들이 문재인 후보를 기다리며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고 2년 만인 2019년 2월에 1차 심해수색을 진행했지만, 유해와 유류품은 수습하지 못한 채 블랙박스만 확보했다. 회수한 블랙박스마저 훼손돼 사고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다.

이후 2차 수색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2번 진행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무총리에게 사고 원인 규명과 실종자 유해 수습을 위해 추가 심해 수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진척이 없었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3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침몰 참사 5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2차 심해수색을 통한 침몰 원인 규명과 유해 수습을 정부에 거듭 촉구했고 이들의 염원이 담긴 관련 마지막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 곳은 스텔라데이지호 항해사였던 허재용씨의 어머니 이영문씨가 5년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기자회견 끝자락에 절규와 눈물, 한숨을 참으며 힘들게 이어간 이 씨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침몰된 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였던 허재윤의 엄마 이영문입니다.

대통령님과의 첫 만남을 저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7년 4월 17일 용산역에서 저를 비롯한 실종자 8명의 가족들이 대통령님을 붙들고 오열을 했었지요. 저도 대통령 붙들고 대성통곡을 하며 아들을 찾아달라고 애원했었구요.

그 후로 한국노총 앞에서도 민주당사 앞에서도 만나뵐 때마다 `우리 아들 좀 구해달라'고 정신줄을 부여잡고 버티는 제게 대통령님은 제 손을 잡고 당선되면 조속히 해결해주겠노라고 약속하고 다짐하셨지요. 그 약속 하나만 철썩 같이 믿으며 저는 그 경황 없던 와중에도 다른 실종자 가족들 모두를 설득해 함께 사전투표를 마쳤습니다.

2017년 5월 9일 선거날 밤, 세종로공원 무대 위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우리 가족들은 만세를 부르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대통령님 취임식이 있던 날 저희 가족들이 바라는 바를 편지로 써서 대통령께 드렸더니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이 문재인 대통령 민원 1호가 되었다고 언론에 나왔습니다. 이렇게 대통령님 임기 첫 시작과 동시에 생겨난 민원 1호인데 어찌하여 5년 임기가 다 끝나도록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습니까.

사람이 먼저다 라고 수많은 공약을 하셨는데 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된 사람들은 뒷전입니까.

자식을 바닷속에 두고 벌써 5년입니다. 5년 동안 모진 목숨 버티며 숨쉬고 있다고 해도, 어미로서 살아도 사는 것처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장대비가 쏟아져도, 회오리 바람, 눈보라가 몰아쳐도 무쇠가 녹을만큼 더운 삼복더위에도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해달라는 피켓을 들고 5년 동안 청와대 분수대 앞을 지켜왔습니다.

1인 시위자로 고참이 되어버린 저를 202 경비단원들도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그 긴 세월동안 분수대 건너 편 높은 담을 쳐다보면서 이 늙은 어미가 얼마나 가슴 치며 애간장이 태웠을지 상상해보셨을까요? 늙고 힘없는 어미라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피켓을 들고 선 채 비통한 속내를 어쩌지 못해 절규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대통령님, 제 아무리 높은 담장이라 한들 5년동안 자식 잃은 슬픔에 가슴 찢어지는 제 울부짖음을 정녕 못 들으셨나요? 오죽하면 제가 실종자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하겠습니까.

제대로 된 2차 심해수색을 해달라는 것은 죽은 자식 살려달라고 억지 쓰는 것이 아닙니다. 뼈 한조각이나마 찾아야 장례라도 치뤄주고, 사망신고를 해야만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으로 뒷마무리를 할 거 아닙니까. 어미보다 먼저 간 야속한 아들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는 갖춰 보내줘야 제가 눈이라도 감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국 각지에서 일면식도 없는 시민분들이 제 소식을 듣고 함께 마음을 보태서 나오십니다. 일흔이 훨씬 넘은 노모가 아들 찾겠다고 청와대 앞을 지키고 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날마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옵니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 민원 1호가 어떻게 임기 끝나도록 시간만 끌고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늙고 힘없는 이 어미는 비참함을 못 이겨 수없이 눈물 쏟으면서 심해수색을 집행해줄 날만을, 행여 오늘일까 내일일까 기다리고 기다린 세월이 어느덧 5년이 흘렀습니다.

대통령님. 이제 임기가 한 달 반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제발 떠나시기 전에 대통령의 권한으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준비하라는 한 마디 말이라도 해주십시오.

자식의 뼈 한 조각이나마 내 품에 안아보고 눈 감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제 아들이 지금까지 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지 원인이라도 알게 해주십시오.

사람이 먼저라던 그 약속을 지켜내는 모습을 꼭 보여주십시오.

대통령님을 믿었던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을 부디 저버리지 말아주십시오.

2017년 5월 2일 세월호참사 관련 19대 대통령 후보자 공약점검과 정책 질의 기자회견에 스텔라데이지호 피해자 가족이 함께 했다. 4.16연대 회원들이 스텔라데이지호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2017년 5월 2일 세월호참사 관련 19대 대통령 후보자 공약점검과 정책 질의 기자회견에 스텔라데이지호 피해자 가족이 함께 했다. 4.16연대 회원들이 스텔라데이지호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2017년 5월 17일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선원 가족들이 철저한 재수색과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적선동 경복궁역 앞을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7년 5월 17일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선원 가족들이 철저한 재수색과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적선동 경복궁역 앞을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7년 5월 20일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오른쪽)이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 스텔라데이지호 농성장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과 이야기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5월 20일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오른쪽)이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 스텔라데이지호 농성장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과 이야기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12월 3일 세월호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인 전인숙(오른쪽)씨가 서울 중구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어머니 이영문씨를 위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9년 12월 3일 세월호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인 전인숙(오른쪽)씨가 서울 중구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어머니 이영문씨를 위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어머니인 이영문씨(왼쪽 둘째)가 3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5년 문재인 대통령 1호 민원, 마지막 서한문 전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잇지 못한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다. 백소아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어머니인 이영문씨(왼쪽 둘째)가 3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5년 문재인 대통령 1호 민원, 마지막 서한문 전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잇지 못한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다. 백소아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3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5년 문재인 대통령 1호 민원, 마지막 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마친 뒤 피케팅을 하고 있다. 그 앞에 스텔라 데이지호의 모형이 놓여있다. 백소아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3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5년 문재인 대통령 1호 민원, 마지막 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마친 뒤 피케팅을 하고 있다. 그 앞에 스텔라 데이지호의 모형이 놓여있다. 백소아 기자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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