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을 무단 투기한 업체에 군청 현장단속 계획을 미리 알려준 공무원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폐기물을 무단 투기한 업체에 군청 현장단속 계획을 미리 알려준 공무원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군청은 ‘불시단속’도 하고 사전에 단속 계획을 미리 알리는 ‘현장점검’도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무원이 ‘불시단속’을 누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충남 부여군에서 폐기물 종합재활용업체를 운영한 ㄴ씨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9월까지 2천여톤이 넘는 폐기물을 수차례 무단 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무단 투기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자, ㄱ씨는 이 업체 직원 ㄷ씨에게 전화를 걸어 민원이 들어온 사실과 충남도청 환경관리과에서 현장점검을 할 계획을 알려줬다. 도청 현장점검 뿐만 아니라 군청 현장단속 계획도 미리 말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ㄱ씨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ㄴ씨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ㄱ씨가 말한 취지는 민원을 제기한 이가 이런 내용을 군 의원에 나오려는 자 등에게 보내고 있으니 쌓아둔 폐기물 등을 빨리 치우라고 한 것이고, 이런 민원을 알렸다고 해서 국가 기능이 위협받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또한 “충남도청 쪽에서 ㄱ씨 등 부여군청 담당 공무원에게 현장을 확인하는 자리에 사업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 점검 예정 및 일시를 알린 것으로 그 정보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ㄴ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도 ㄱ씨에 대한 무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ㄷ씨가 수사과정에서 “(부여군청의 현장단속 일정에 대해) ㄱ씨가 정확한 시간까지는 아니지만 오전 또는 오후 정도 시간은 알려줬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군청은 불시단속도 하지만 사전에 점검목적 등을 밝히고 현장에 나가 점검과 면담을 하는 업무도 수행한다”며 “ㄷ씨가 고지받은 일정이 ‘불시단속 일정’인지 ‘현장점검 일정’인지 제대로 구분해 진술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시기에 불시단속이 있었고, 이를 누설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ㄴ씨에 대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