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법무부 업무보고에 관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표 검찰 개편 방향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자적 예산 편성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과 함께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 개정,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부활, 검경 책임수사제 실시 등이 구체화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 내용과 상반되는 내용이 많은 만큼, 앞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인수위는 지난달 24일 대검찰청에 이어 29일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새 정부에서 추진할 검찰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인수위 업무보고에 앞서 윤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검찰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편성권 독립 △검찰 직접 수사 범위 확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우선권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는 기존 공약에 담기지 않았던 검찰 관련 개편 방안도 논의됐다. 우선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폐지되거나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이 규정은 2019년 1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만들어진 법무부 훈령으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인권보호 차원의 수사 상황 공개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검은 ‘국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이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인수위에 냈고, 인수위도 “규정 적용이 선별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하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도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대선 후보 공약집에 “미공개 정보이용, 주가조작 등의 증권범죄 수사·처벌 전 과정을 개편해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합수단 부활로 이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20년 1월 검찰개혁의 하나로 합수단을 해체했고, 후임자인 박범계 장관이 지난해 9월 금융범죄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을 설치한 바 있다. 인수위는 현재 직접 수사권이 없는 ‘비직제’ 상태의 협력단을 직제화해 사실상 합수단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윤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 ‘송치 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내용으로 한 ‘검경 책임수사제’ 공약을 발표했다. 이 공약은 국민의힘 최종 대선 공약집에서 빠졌으나, 인수위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경찰 간 수사 관할이 명확하지 않아 두 기관 사이 ‘핑퐁식’ 사건 떠넘기기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손 보겠다는 취지다. 인수위는 지난달 29일 법무부 업무보고 뒤 열린 브리핑에서 “검경 간 핑퐁식 사건처리로 수사 지연 및 회피, 부실수사 논란이 야기돼 ‘검경 책임수사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법무부에) 설명했고, 법무부도 관련 수사 준칙 규정을 수정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대검도 검찰 직접 수사범위 확대 공약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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