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에너지스 로고. 한화토탈에너지스 누리집 갈무리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였던 삼성토탈이 2015년 한화에 인수될 당시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며 ‘일정 기간 안에 퇴직할 경우 위로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조건을 단 것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약정으로 퇴직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토탈에너지스(한화토탈)가 ㄱ씨를 상대로 낸 위로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2014년 삼성그룹은 삼성토탈 등 화학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는데, 그해 11월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매각에 반대하는 직원들은 ‘매각대응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회사 움직임에 대응했다. 협상 끝에 삼성토탈은 2015년 4월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되, 직원이 그해 12월31일 이전에 퇴직할 경우에는 위로금을 반납하는 약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삼성토탈은 ㄱ씨에게 그해 4월 위로금 6370만원에서 22% 세금을 제한 4968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ㄱ씨는 다음 달 퇴직 의사를 밝히고 그해 6월 퇴직했다. 4월 말 한화에 편입돼 이름이 바뀐 한화토탈은 ㄱ씨를 상대로 3726만원의 위로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ㄱ씨는 재판 과정에서 “위로금 반환을 요구하는 이 약정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한화토탈 쪽 손을 들어주며 ㄱ씨가 3726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매각위로금은 회사가 안정적으로 차질없이 운영되게 하려는 의도에서 지급된 것으로 노동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약정이 노동자의 의사에 반하는 노동을 부당하게 강제한다든지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어 근로기준법 20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과 달랐다. 이 약정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약정 가운데 위로금 반환 부분은 노동자가 일정 기간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때 그로 인해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게 하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20조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한 “2015년 입사자, 2년 이하 단기계약직 등은 제외”하고 위로금을 지급한 사정 등을 들어 1심과 달리 “위로금은 기존 회사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에 대한 공로금의 성격도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약정이)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기간 약정을 위반할 경우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으로서 일정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주식 매각 이후에도 사업을 차질 없이 운영하려는 일회적이고 특별한 경영상 목적에서 이 사건 약정을 하고 매각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매각위로금을 받은 노동자들이 이 사건 약정으로 퇴직 자유를 제한받는다거나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다고 볼 수 없어 근로기준법 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