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선 이후 검찰 고위 간부 가운데 사의를 밝힌 것은 조 원장이 처음이다.
조 원장은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글을 올려 “27년여 동안 정들었던 검사의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이제는 때가 되어 검사로서 저의 소임을 다한 것으로 생각되어 조용히 여러분 곁을 떠나고자 한다”며 사직 인사를 전했다.
그는 “검사 생활을 하며 항상 가슴 속에 품었던 생각은 법이 가는 길에는 왼쪽이나 오른쪽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 정의와 공정을 향해서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검찰의 존재 이유이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지름길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노자 <도덕경> 문구를 인용해 “지족불욕, 지지불태(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음)의 마음으로 여러분께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 남원 출신인 조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으로 기용돼 과거 국정원 정치개입 등 적폐청산 작업을 주도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고검장으로 승진한 그는 대검 차장검사로 일하며 당시 윤 총장을 보좌했고, 추 전 장관이 2020년 11월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자, ‘징계를 철회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리기도 했다. 또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에서 사퇴하자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으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최종 무혐의 처분해 정권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조 원장은 지난해 4월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나, 결국 총장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박범계 장관은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을 후보자로 제청했다. 이후 조 원장은 지난해 6월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장으로 밀려났다.
조 원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자, 검찰 안팎에서는 의아함과 함께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조 원장은 최근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검찰 간부는 “조 원장은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는 등 새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사의를 표명해서 의아하다. 조 원장은 정권 초기 ‘친정부’ 인사로 불렸지만, 이후 법무부-검찰 사이 갈등이 심했을 때 검찰 입장을 잘 설명하며 적극 조율에 나서 내부 신망이 두텁다. 그를 특정 라인으로 분류하기는 모호하다.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오랜 고민 끝에 사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 원장이 새정부 국정원장에 기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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