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걸쳐 1억원 넘는 돈을 받으면서도 한번도 무속행위를 보게 하거나 참석하지 않게 한 무속인이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상대방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용해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닥칠 것처럼 속여 2년에 걸쳐 1억원을 받아 챙긴 무속인이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피해자 ㄴ씨는 2016년 9월 인천 부평구에서 점집을 운영하던 무속인 ㄱ(36)씨를 지인 소개로 만나게 됐다. ㄴ씨는 이듬해 1월부터는 연인 ㄷ씨와 함께 이 무속인을 찾아가기도 했다. ㄱ씨는 “한의학과에 다니다 신병이 도져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다 결국 무속인이 됐다”고 말하며 실력 있는 무속인처럼 행세했다. 그는 이혼 문제와 자녀 양육, 출산 문제로 걱정하던 ㄴ씨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용해 굿 등을 하지 않으면 당장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방식으로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모두 139차례에 걸쳐 1억2천만원가량의 돈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채무를 대신 갚으라고 시키기도 했고, ‘갑자기 기분이 나쁘다’며 ㄷ씨를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ㄱ씨는 사기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ㄱ씨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ㄴ씨 등은 ㄱ씨가 자신들 앞에서 굿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오히려 굿에 참여하면 부정이 탈 수 있다며 보지 못하게 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이 각종 명목으로 무속 행위를 비용을 지급했지만 실제 굿을 보거나 참석한 적이 없다는 것은 ㄱ씨가 ㄴ씨 등을 위해 실제 무속 행위를 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정황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무속 행위가 전통적 관습 또는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2심도 “ㄱ씨 계좌거래내역을 보면 (ㄴ씨 등에게서 받은 돈을) 생활비, 카드대금, 게임아이템 구매, 쇼핑, 유흥 등 개인적 용도로 모두 지출한 것을 알 수 있다. ㄱ씨 행위는 전통적 관습 또는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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