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법무부가 장애인 차별 조처 개선을 강제한 시정명령이 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건은 지난해에 이뤄져 시정명령권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8일 오후 장애인차별금지법 14주년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실효성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방안 토론회’(인권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보건복지부·법무부 공동주최)에서 이런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시정권고만 있는 인권위법과 달리 시정명령권이 있지만, 시정명령권은 거의 발동되지 않아 존재 의미가 없는 지경”이라며 “인권위에도 시정권고가 아닌 시정명령권이 주어지면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에 관한 시정명령들이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권위법 개정안에는 인권위에 시정명령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43조는 “장애인 차별행위로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무부 장관이 피해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차별행위를 한 자에게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내려진 시정명령은 6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난해 12월7일 법무부가 ‘피해의 심각성 및 공익의 중대성’을 삭제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뒤, iMBC·SBS 콘텐츠허브·부산MBC·KNN에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누리집을 개선할 것을 명령하는 등 4건의 시정명령을 내리면서다.
명숙 활동가는 “법 개정 이전에도 인권위가 장애인 인권을 조사하는 위원들의 전문성과 인력을 강화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정명령권 효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시정명령권은 법무부에 있지만, 인권침해 판단 등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인권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시정권고를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법무부가 시정명령 조처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는 과태료 3000만원 이하 또는 징역 3년 이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권위의 권고 권한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시정권고가 오히려 적극적 권고 및 폭넓은 권고를 가능하게 하며, 법무부 및 법원이 강행적 명령 또는 판결을 할 수 있으므로 인권위는 시정권고 권한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임 변호사는 “인권위의 시정권고가 이행되지 않거나 계속 차별이 이뤄지는 경우 법무부의 시정명령 권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추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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