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권총으로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은 ‘양은이파’ 전 두목 조양은(72)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피해자가 출석을 계속 피하는 등 조씨 쪽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조씨는 2013년 지인이 돈 200만원을 떼이게 되자 채무자를 지인에게 소개해 준 ㄱ씨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3시간 가량 폭행하는 한편, ㄱ씨 성기를 담뱃불로 지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조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1심 재판 과정에서 ㄱ씨는 한 차례만 출석하고 ‘보복이 두렵다’ 등 이유로 그뒤 수차례 법원의 소환통지에 응하지 않았다. 출석했을 때도 ‘조씨 면전에서 충분히 진술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조씨 퇴정 뒤 증인신문이 진행됐지만, 55문항 가운데 27문항까지만 진행돼 폭행 수단과 방법 등에 대한 반대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씨 쪽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한) 증인신문조서는 위법한 증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2심은 조씨 쪽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증인신문을 마친 뒤 퇴정한 조씨를 입정하게 해 법원사무관에게 피해자 진술 요지를 고지하게 한 바 없어 절차상 위법이 있다. 공판기일 증인신문절차에서 피해자에 대한 신문 기회가 실질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 중에도 ㄱ씨는 조씨에게 1천만원을 받아 합의했다는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거동이 불편하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실질적 반대신문권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채 이뤄진 증인의 법정진술은 위법한 증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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