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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프링클러도 무용지물…“과밀·협소 ‘노후고시원’ 언제든 참사재발”

등록 2022-04-11 17:35수정 2022-04-11 20:03

시민단체 홈리스행동 성명…“주거 최저기준 높여야”
11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1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거주자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등포 고시원 화재 사건’과 관련해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와 소방당국은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고 밝혔지만, 과밀하게 붙어있는 방과 좁은 복도, 작은 창문 등의 고시원 구조 때문에 거주자들이 탈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11일 성명을 내어 “오늘 참사는 (개정안에 정해놓은 시안인) 6월 말까지 모든 고시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다 해도 또 다른 참사가 재발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등포소방서는 화재 당시 고시원 내 간이 스프링클러의 헤드가 각 방과 복도에 설치돼 있어 10분 동안 정상 작동했다고 밝혔다.

홈리스행동은 고시원의 높은 밀집도 때문에 피해자들이 화재 시 탈출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이 난 고시원은 191.04㎡(약 57.8평) 규모의 사용 면적에 33개의 방이 있었다. 이들은 “복도, 화장실, 주방 등 편의시설을 고려하면 (해당 고시원의) 한 실당 면적은 단 한 평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고시원 우측면 창문의 경우 좌우 50㎝에 불과해 탈출은 물론 유독가스가 빠져나가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과밀한 방과 좁은 복도, 탈출과 유독가스 배출이 어려운 창과 같은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은 거주자 두 분의 생명을 앗아간 구조로 작용했다”고 했다.

2018년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이후 서울시가 건축 조례를 개정했으나 해당 고시원은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1월 공포한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에 따르면 서울 내 고시원 개별 방 전용면적은 7㎡ 이상이어야 하고, 화재 등 유사시 탈출할 수 있도록 방마다 창문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7월1일 이후 신축이나 증축, 리모델링하는 고시원에만 적용된다. 이번 화재 사고가 벌어진 고시원의 일부 방에는 창문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홈리스행동은 사각지대에 있는 노후 고시원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토부는 2018년부터 노후 고시원을 매입해 공급하는 ‘고시원 매입형 공공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해 2025년까지 1만호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그 대상은 청년 및 대학생 1인 가구로 (대부분 고령자인) 오늘 화재가 난 고시원 입실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서울시도 준공 후 10년 이상 된 고시원을 매입해 공급하는 ‘노후건물 매입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사업을 2016년부터 시행했으나 2022년에는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사실상 사업을 폐지했다”고 했다. 이들은 “고시원, 쪽방 등 모든 주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최저주거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며 “고시원 같은 다중주택에 대한 엄격한 허가제를 운영하는 영국과 같이 일정한 주거와 안전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주거용도의 임대를 할 수 있는 허가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소방서는 11일 아침 6시33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 2층에 있는 고시원에서 일어난 불이 3시간 만인 오전 9시37분 완전히 꺼졌다고 밝혔다. 33개 방이 있는 고시원에는 화재 당시 거주자 19명 중 18명이 머무르고 있었으며 이 중 70대 남성 이아무개씨와 60대 남성 김아무개씨가 화재로 숨졌다. 최초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방에서 거주하던 이씨와 다른 호실에 거주하던 김씨는 각각 거주하던 호실 근처와 휴게실에서 연기를 흡입해 쓰러져 화상을 입었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숨진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고, 월 입실료가 20만원대인 해당 고시원 거주자는 고령층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인 남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으며 방화와 실화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오는 12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2차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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