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시민을 제지하거나 밖으로 데려가는 행위를 민원 담당 공무원의 직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관공서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시민을 제지하거나 밖으로 데려가는 행위를 민원 담당 공무원의 직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ㄱ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ㄱ씨는 2020년 9월4일 오후 12시50분께 경남 통영시 통영시청 주민생활복지과에 술에 취해 찾아갔다. 휴대전화 소리를 높여 음악 듣는 등 소란을 피운 ㄱ씨에게 공무원 ㄴ씨가 소리를 줄여달라는 요청과 민원내용 관련 질문을 하자 ㄱ씨는 욕설을 반복했다. 다른 공무원 ㄷ씨가 ㄱ씨를 제지하며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ㄱ씨는 손으로 ㄷ씨 상의를 잡아 찢었다. 청사 문 앞에서는 ㄴ·ㄷ씨 멱살을 잡고 수차례 흔들었으며 손에 든 휴대전화로 ㄴ씨 뺨을 때리기도 했다. ㄱ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ㄱ씨를 제지하고 손목을 잡아끌어 퇴거시킨 시청 공무원들의 행위가 주민생활복지에 대한 통합조사 및 민원업무에 관한 직무라는 추상적 권한에 포함되거나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뒤 검찰은 ㄱ씨에게 폭행 혐의를 추가했다. 2심은 ㄱ씨 폭행 혐의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무원들이 ㄱ씨 욕설과 소란으로 정상적 민원 상담이 이뤄지지 않아 민원 업무 처리에 장애가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ㄱ씨를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간 행위는 민원 안내 업무와 관련된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관공서에서 소란 등으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제지하는 공무원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을 감안하면, 소란을 피우는 민원인을 제지하거나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행위도 민원 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공무집행방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공무집행방해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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