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보호재판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하고, 법무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이들은 최근 소년범죄가 늘고 더 잔혹해졌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요 기관의 공식 통계는 이를 뚜렷하게 뒷받침하지 않는다.
17일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을 보면, 2020년에 접수된 소년보호사건(만 10살 이상 만 19살 미만)은 3만8590건으로 2011년 4만6497건에 견줘 감소했다. 소년보호사건은 2012년에 5만3536건 접수돼 10년 중 가장 많았고, 2018년 3만3301건 접수돼 10년 중 가장 적었다. 10년간 증감을 반복했지만 큰 틀에서는 감소한 것이다. 소년보호사건으로 접수돼 처분받은 보호소년 수도 2011년 3만5072명에서 2020년 2만5579명으로 줄었다. 2013년까지 3만명대였던 보호소년 수는 2014년 이후 2만3천~2만5천명대를 유지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면, 만 18살 이하 소년범죄자의 발생비(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940.9건, 2020년 785.9건으로 나타났다. 발생비는 2012년에 1006.9건으로 10년 중 가장 높았고, 2015년 737.4건으로 10년 중 가장 낮았다. 발생비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의 만 18살 이하 전체 인구수와 대검찰청 범죄분석의 소년범죄자 수를 토대로 계산하는데, 대검찰청은 만 10살 이상 만 18살 이하였던 소년범죄자 기준을 2018년부터 만 14살 이상 만 18살 이하로 바꿔 집계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은 기준 변경에 따라 “비교 시 유의해야 한다”면서도 “지난 10년 동안 소년범죄자의 발생비는 감소했다”고 설명한다.
소년범죄 발생비를 유형별로 살펴봐도 강력범죄가 늘었다고 결론 내리기 쉽지 않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은 “소년 강력범죄(폭력)의 발생비는 지난 10년간 32.2% 감소했다”고 밝혔다. 폭행·상해 등 폭력 강력범죄의 발생비는 2011년 265.2건, 2020년 179.7건이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은 “지난 10년간 절도 등 소년 재산범죄의 발생비(2011년 403.0건, 2020년 351.7건)는 12.7% 감소, 소년 교통범죄의 발생비(2011년 136.3건, 2020년 100.7건)는 26.1% 감소했다”고 적었다. 또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흉악 강력범죄의 발생비에 대해서는 “지난 10년간 소년 강력범죄(흉악)의 발생비(2011년 38.1건, 2020년 38.2건)는 0.3% 증가했다”고 적었다. 재산범죄의 발생비가 가장 높고, 이어 폭력 강력범죄, 교통범죄, 흉악 강력범죄 순이다. 대검찰청 설명을 보면, 전체 소년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낮은 흉악 강력범죄의 발생비만 소폭 증가했고 나머지 범죄의 발생비는 모두 감소한 것이다.
전체 보호소년(만 10~19살 미만) 가운데 촉법소년(만 10~14살 미만)만 봐도, 범죄 연령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거나 그 양상이 잔혹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서 보호소년(만 10살 이상 만 19살 미만) 가운데 14살 미만은 2020년 3465명으로 전체 보호소년의 13.6%였다. 2011년에는 14살 미만이 3924명으로 전체 보호소년의 11.2%였고, 10년간 그 수와 구성비(%)는 증감을 반복했다. 법원통계월보를 보면, 접수된 소년보호사건 가운데 촉법소년 사건도 2011년 9701건, 2020년 1만584건으로 10년간 증감을 반복했다. 촉법소년 사건은 2012년 1만3339건으로 10년 중 가장 많았고, 2016년 7030건으로 10년 중 가장 적었다. 다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통계만 보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송치 현황 자료’를 보면, 살인, 강도, 방화, 강간·추행, 절도, 폭력으로 송치된 촉법소년 수는 2017년 6286명, 2018년 6014명, 2019년 7081명, 2020년 7535명, 2021년 8474명(2021년은 미확정 통계)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가운데 절도와 폭력의 비율이 매해 93~95%가량을 차지했고, 살인, 강도, 방화, 강간·추행 등 흉악 강력범죄는 5~7%가량이었다. 또 흉악 강력범죄는 매해 큰 변화가 없었고, 절도와 폭력이 증가해 전체 증가를 이끌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통계 등을 보면 최근 소년범죄가 실제로 증가하거나 잔혹해지고, 저연령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강력 소년범죄에 온라인 등으로 과거보다 동시다발적으로 오래 노출돼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으로, 미디어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력·성폭력 범죄 등은 통계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실제로 범죄 자체가 증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회 전반의 학교폭력에 대한 감수성·성인지 감수성 등의 확대에 따라 적극적인 고소·고발이 이뤄진 영향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가기:
촉법소년 연령 낮춰야 하나…‘처벌만 강화’는 실효성 없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7706.html
심판 너머엔 삶이 있다…소년범들이 본 ‘소년심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7704.html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