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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동아리방도, 선배도 없네…‘코로나 학번’은 버킷리스트 동아리로

등록 2022-04-19 04:59수정 2022-04-19 08:22

교내 동아리 폐지·활동 막히자
타 대학 연합 친목 동아리 등장
가평 엠티 등 버킷리스트 함께해
방역 완화로 기존 동아리도 기지개
3년 만에 대면 회원 모집 박람회도
서울권 대학생들이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며 친목을 다지는 동아리 ‘연고이팅’의 신입 회원 모집 포스터. 연고이팅 제공
서울권 대학생들이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며 친목을 다지는 동아리 ‘연고이팅’의 신입 회원 모집 포스터. 연고이팅 제공

만들어진 지 4개월 만에 누적 2000여명의 대학생이 가입한 동아리가 있다. 지난해 12월 생긴 서울권 대학생 친목동아리 ‘연고이팅’이다.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성신여대·서강대·한양대등 서울 내 6개 대학교를 중심으로 3개월마다 회원을 받는 연고이팅은 특정한 주제가 있는 동아리가 아닌, 오로지 친목만을 위한 동아리다. 6명이 한 조가 돼 매주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물론, ‘벚꽃 구경’, ‘한강에서 치맥(치킨+맥주)하기’, ‘바다 여행하기’ 등 회원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활동을 함께한다. 원래 몇개 대학이 운영하던 맛집 동아리를 확대한 것이다. 이들은 서울 서대문구와 성북구 지역권 학생들의 교류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이 넘어가며 대학가 동아리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대학교 건물 내 동아리방을 두고 활동하는 학교 중앙동아리들은 신입 회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면 활동이 필수인 몇몇 동아리는 2년 가까이 활동을 하지 못해 문을 닫기도 했고, 명맥을 유지하는 동아리 역시 운영과 관련해 인수인계를 해줄 고학번 선배들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신 특별한 주제 없이 친목을 다지는 것이 목표인 ‘버킷리스트’ 동아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각종 대학교 커뮤니티를 확인해보면 ‘연고이팅’ 같이 버킷리스트 실행을 목표로 한 동아리의 회원 모집글이 눈에 띈다. 친목동아리지만 가입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연고이팅은 동아리 가입 때 성격유형검사인 엠비티아이(MBTI) 결과는 물론 성격, 취향, 버킷리스트를 적어야 한다. 비슷한 성향끼리 조를 편성하기 위해 음주량은 어떤지, 평소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조용한 분위기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까지 기재한다. 신청자 중 70%만이 가입이 승인된다. 엠비티아이의 경우 조마다 ‘외향형(E)’과 ‘내향형(I)’ 비율을 2대1로 배치한다.

친목동아리에서 가장 참여율이 높은 학생들은 잃어버린 대학생활을 되찾고 싶어하는 20∼21학번이라고 한다. 2020∼2022년에 대학에 입학한 ‘코학번(코로나 학번)’만을 모집 대상으로 하는 친목동아리도 찾을 수 있다. 학과 동기들이나 교내 동아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가평 엠티’, ‘수업 후 술자리 번개’와 같은 친목 활동이 동아리의 주요 활동이다. 연고이팅을 만든 고려대 재학생 양희원(23)씨는 “코로나 시국에서 어떻게 대학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만든 게 연고이팅”이라며 “대학에서 학과 활동이 사라지다 보니 이전에는 몰랐던 같은 과 동기를 동아리에 와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동아리 박람회에서 신입 회원을 모집하려는 재학생들과 새내기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동아리 박람회에서 신입 회원을 모집하려는 재학생들과 새내기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교 교내 기존 동아리들도 지난 2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코로나 방역이 완화되며 조금씩 활기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고려대·한양대 등 일부 대학교들은 지난 3월 3년 만에 대면으로 동아리 박람회를 열어 신입 회원들을 모집했다. 이용재 고려대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지난해에 비해 1.5∼2배 정도의 신입 회원이 가입했다”며 “새내기처럼 학교생활을 즐기고 싶어하는 20∼21학번의 가입이 늘었다”고 말했다.

신입 회원을 맞으며 활기를 찾지만 활동을 재개하는 데 어려움도 많다고 한다. 일부 동아리는 2년 동안 방역 등의 이유로 폐쇄되기를 반복해 각종 짐과 쓰레기가 방치된 동아리방을 정비하기 위해 유료 청소업체까지 부르고 있다. 동아리 운영 방식을 인수인계할 선배들과의 연락도 모두 끊어진 경우도 많다. 김지환 한양대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올해 동아리 회장을 맡은 학생들이 회장들이 직함만 회장이지 대부분 동아리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상태다. 동아리 운영회칙도 제대로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인수인계를 해줄 선배가 없어 문을 닫은 동아리도 있다”고 말했다.

대면 활동을 주로 하던 동아리들은 코로나19 시기 폐지를 피하지 못했다. 예컨대 같은 봉사 동아리라도 줌으로 화상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봉사 동아리는 회원이 유지되는데, 직접 대면 봉사를 해야 하는 동아리는 폐지되는 식이다. 지난해 폐지된 한양대 수영동아리 전직 회장 ㄱ(26)씨도 “축구나 달리기 동아리 등은 마스크를 쓴 채 활동이 가능했지만 수영동아리의 경우 수영장 대관이 아예 불가능해져 2년 동안 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동아리방까지 새로 마련됐으나 중앙동아리 자격 요건에 미달해 이번 연도부터 동아리를 폐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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