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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포 삼일빌딩 ‘황당한 화재 구조’ 5개월…책임자가 없다

등록 2006-02-21 19:38

피해자들 후유증 고통 불구 소방서장은 공로연수중
“당국 대처 미숙 화 키워”…책임·보상 논란 커질 듯
“소방관들이 가져온 에어매트리스로 뛰어내리라고 해서 뛰어내렸는데 그게 공기가 빠졌을 줄이야….”

지난해 9월6일 경기 군포 산본새도시 중심가인 삼일빌딩 화재 현장에서 다친 차종만(음식점 주인)씨는 ‘그날’ 시작된 “황당한 고통”에 5개월째 시달리고 있다. 당시 화재로 ‘알바’를 하던 여대생 신민주(20)씨가 숨졌고 12명이 다쳤다. 피해자 모두 엇비슷한 처지다. 치료를 위한 보험 혜택도 없고, 일부는 실직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피해가 커진 것은 소방당국의 진화·구조 과정상의 실수 때문이었다는 당국의 자체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책임’과 ‘보상’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피해자는 괴로워=당시 연기를 피해 4층으로 대피했던 차씨는 공기 빠진 에어매트리스에 뛰어내리는 바람에 골반뼈가 부러지고 척추뼈 5개가 으스러졌다. 그동안 서울 등지의 병원을 옮겨다니며 든 병원비 1300만원도 자비로 냈는데, 더는 보험이 안 된다는 말에 목발을 짚고 병원을 나온 상태다. 동료들과 8층에서 회식하던 학원강사 김아무개(36)씨는 연기를 들이마셔 왼쪽 손과 팔이 마비됐다. 김씨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동료 강사 김아무개(30)씨는 연기로 성대에 이상이 생겨 학원을 휴직했고, 동료 강사 여아무개(30)씨는 결국 학원을 그만두고 화재 충격에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8층에서 연기에 질식해 딸을 잃은 신동열(44)씨는 “아내가 아직도 딸 생각에 운다”고 말하는 등 피해자들에게 ‘화재’는 여태껏 끝나지 않았다.

황당 화재, 책임자는 없고=<한겨레> 취재진이 21일 입수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조사 내용을 보면 ‘현장에 출동한 고가사다리 차량이 낡고 지면이 고르지 못해 고가사다리가 펴지지 않았고 당시 소방파출소 인력이 부족해 적절한 대응이 어려웠다”고 사고 정황을 밝혔다.

그러나 화재 뒤 경기도나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등 당국의 조처는 이런 조사 결과와는 딴판이었다. ‘언론보도 대응 소홀’ 등을 이유로 소방간부 3명을 훈계조처했다. 소방서장을 직위해제했지만, 한달 만에 복귀시킨 뒤 현재 공로연수를 보냈다. 진화 및 구조 미숙과 관련해선 고가차량 조작 미숙을 이유로 말단 소방관 1명만 경징계했다.

경찰은 5개월째 ‘수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 규명도 쉽지 않고 경기도 쪽에 자료 요청을 했지만 받은 게 없어서 소방관들의 과실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알아서 해=지난해 10월3일 공연 대기 중 11명이 숨지고 172명이 다친 경북 상주 참사의 경우 현재 상주시장이 ‘피해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피해 주민들과의 협상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이 관여된 대부분의 사건 피해자들은 소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이영직 변호사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피해자가 검찰에 요청해 심의받을 수 있지만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 탓에 기피하고 있다”며 “결국은 민사소송인데, 가해자의 잘못과 피해자 피해 정도를 모두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가 하면 시간도 다른 사건과 달리 오래 걸려 피해자 구조에 도움이 못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포 화재사고의 경우 지난해 10월 소송이 제기됐지만 첫 심리도 안 된 가운데 피해자들의 신체감정까지 고려하면 소송은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행정 당국의 외면 속에 애꿎은 시민만 의료비 자비 부담에 후유증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군포/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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