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환자의 진료상황을 다른 환자들에게 노출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1일 “환자의 진료상황을 다른 환자들에게 노출하는 산부인과 진료환경은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ㄱ 대학교병원장에게 유사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구조 및 진료절차 개선 등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ㄱ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진료받은 진정인은 “산부인과 교수가 환자 3명을 진료실 내에 1m 간격으로 앉힌 뒤 순서대로 진료하면서 병명과 치료 방법을 다른 환자에게 노출했다”며 ㄱ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또 “다른 환자가 내진을 받는 동안 내진실 안에 설치된 간이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해 다른 환자의 내진 과정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며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 교수는 “전국 각 지역 병원에서 ㄱ대학교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하는 부인암 환자가 많고 암의 특성상 치료를 지체할 수 없어 환자 수 제한을 철저히 시행하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는 “이러한 환경으로 진정인의 치료 경과 등이 노출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의료진의 고의는 아닐지라도 진료 과정에서 의료법 제19조가 보호하는 환자의 내밀한 정보를 타인에게 알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진정인 등 환자들에게 심적 동요와 수치심을 느끼게 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환자의 정보가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또 “진정인이 내진을 받는 동안 다른 환자가 탈의를 위해 내진실을 출입하게 한 것도 진정인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병원 쪽이 리모델링 계획 시 별도의 탈의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없다고 보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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