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숨진 채 발견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살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주택. 박지영 기자
“한참 어머니랑 아들이 안 보이길래 어디 시설에 들어간 줄 알았죠.”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한 단독 주택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해당 주택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모자가 평소 이웃과 교류가 없었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한달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20일 오전 10시50분께 두 모자가 살던 주택을 방문한 수도검침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모자를 발견했다. 수도검침원은 모자가 살던 집의 수도 요금이 평소 두달치 5만원 정도 나오는데, 지난 두달 치 요금이 93만 정도 나온 것을 이상하게 여겨 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수도사업소는 수도요금이 많이 나온 것은 누수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모자는 질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숨진 50대 아들은 평소 고혈압약을 복용 중으로 부정맥이 있던 것으로 추정됐다. 거동이 불편했던 80대 어머니는 심장 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아들이 먼저 사망하고 아들의 돌봄을 받던 어머니가 뒤따라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들의 사망 시점은 한달 이상이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모자는 별다른 소득 없이 수도·전기 요금 등 공과금이 수개월 밀린 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찾은 두 모자의 주택 현관 문에는 26만여원의 6개월치 전기 요금이 미납됐다는 고지서도 붙어 있었다. 집안은 가재도구와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고, 벽지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부엌 싱크대도 내려앉은 상태였다.
그러나 모자는 지자체 복지 안전망에 포착되지 않았다. 곳곳이 허물어져 가는 낡은 집이지만, 집이 이들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에 집을 소유한 탓에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이 되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1982년부터 이 집에서 모자가 살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2인 가구 월 소득이 97만원 이하여야 기초생활수급자인데, 노모인 어머니는 매달 각종 연금과 수당으로 50~60만원을 받고, 여기에 주택가격을 소득인정액에 더하면 모두 300만원 정도 소득이 잡힌 걸로 나온다. 두 모자가 살던 주택의 공시지가는 1억7000만원 정도다. 아들 앞으로 소득이 잡힌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가구를 대상으로 단전·단수 등 각종 공과금 미납 정보,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체납 정보, 주택관리비 체납 정보 등 30여개 정보로 취약가구를 파악해 각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지만, 숨진 두 모자의 공과금 체납은 따로 통보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일 숨진 채 발견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살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주택 내부. 군데군데 벽지가 벗겨져 있고 곰팡이가 피어있다. 박지영 기자
지난 20일 숨진 채 발견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살던 집 현관에 붙은 전기요금 체납고지서.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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