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18.5%가 남한으로 이주한 것을 후회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남한 이주를 후회하는 이들은 문화적 차이, 심리적 외로움, 경제적 문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5일 관악캠퍼스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북한이탈주민 조사사업 10년 분석 결과 발표회’를 열고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매해 직전 연도에 탈북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를 종합한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주민 의식조사’와 ‘북한사회변동 2012∼2020’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적응실태를 분석한 최은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한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총 312명 중 18.59%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후회한다고 답한 이들 중에선 문화적 차이(84.48%), 심리적 외로움(70.69%), 경제적 문제(65.52%)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최근 탈북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9년 탈북해 2020년에 입국한 30대 탈북여성은 연구진과의 심층 면담에서 "코로나로 갇혀만 있으니 뭘 시도도 못 해보고 답답해요. 북에 돈도 보내야 하는데 꼼짝을 못하고. 앞이 안 보여 그냥 어지러워요. 내가 이 땅에 부모도 없고 친척도 없고. 그래서 답답하고 외로워서 여기 와서 계속 울었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남한 주민에 대해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90%에 육박했지만, 남한 주민이 포용적이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이보다 낮았다. 2010∼2019년 사이 탈북해 조사 시점 기준 한국 거주 1년 미만이었던 북한이탈주민 1240명 중 89.92%가 ‘귀하는 남한에 살면서 남한 주민들이 얼마나 친근하게 느껴지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매우 그렇다+그렇다)고 답했지만, ‘남한 주민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얼마나 포용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엔 75.18%가 ‘그렇다’(매우 그렇다+그렇다) 답했다. 연구진은 “면담에 응한 20대 한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남한 사람들이 ‘친절하지만 끼워주는 것 같지는 않다’고 하며 남한 사람은 생각으로는 차별하면서도 말투와 행동은 상냥히 대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최은영 선임연구원은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87%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10년간의 추세로는 만족도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탈북민의 자살률이 남한 주민의 두배가 넘고,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재입북을 포함한 탈남 현상이 증가하고 있기에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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