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곤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강력범죄전담부 부장검사가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화금융사기 보완 수사 뒤 기소 관련 기자회견에서 수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원으로 추정되는 1300억여원을 중국으로 빼돌린 보이스피싱 조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단순 현금수거책 송치사건을 보완수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조직원들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 이곤호)는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세탁 및 국외반출책 ㄱ(58)씨, ㄴ(61)씨, ㄷ(68)씨 3명을 구속 기소하고, ㄹ(38)씨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피해자 580여명으로부터 편취한 78억원 중 15억원을 중국으로 불법 송금하고, 이를 포함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원으로 추정되는 1300억원을 2020년 9월부터 2021년 11월 사이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편취한 보이스피싱 피해금원을 수출입대금 등으로 가장하거나 가상화폐를 중간 매개체로 활용해 중국으로 불법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ㄱ씨와 한국인 ㄴ씨는 허위 수출입 서류로 ㄴ씨가 운영하는 무역회사를 통해 중국으로 돈을 불법 송금하고, 중국인 ㄷ씨는 이 돈을 세탁,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ㄹ씨는 자금세탁계좌나 가상화폐거래소 등을 통해 받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원을 백화점 면세점 대금으로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중국에 불법 환전 및 송금하는 방식을 썼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7월 경찰이 현금수거책을 불구속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현금수거책 사건에서 포착한 단서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해 수회에 걸친 자금추적 및 압수수색으로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부지검은 “장기간 축적된 검찰 금융수사 및 포렌식 수사 노하우로 2012년부터 10년 이상 국내에 암약한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중재안의 ‘송치사건에 대하여는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는 금지한다(별건수사 금지)’ 조항이 문제가 있다는 근거로 이 사건을 예로 들었다. 브리핑에서 이희곤 부장검사는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급속히 한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현실화된다면 보이스피싱과 같은 중대한 범죄 수사에 대한 법적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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