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이 자수해 경찰이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 직원의 친동생이 공모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2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밤 10시30분께 우리은행 직원 ㄱ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회사 자금 6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횡령 금액은 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6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우리은행은 내부 감사를 통해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전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이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하자 ㄱ씨는 직접 경찰서에 찾아와 자수했다. 이날 새벽 2시께 ㄱ씨의 친동생 ㄴ씨도 경찰서를 찾아왔으나, 범죄 가담 여부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귀가했다. ㄴ씨는 우리은행 직원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ㄴ씨가 처음에는 ‘자수하러 왔다’고 했는데, 진술은 하지 않고 돌아갔다”며 “ㄱ씨는 현재까지 돈의 사용처 등 의미 있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ㄱ씨의 횡령 규모와 내용 등을 조사한 뒤 29일 오전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친동생 ㄴ씨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ㄱ씨가 횡령한 돈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 관련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 소송에서 패소한 우리 정부가 이란에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 중 일부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2010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주주였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하며 매수자인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계약금 578억원을 받았는데, 계약이 파기되면서 계약금을 별도 계좌로 관리해 왔다. 엔텍합을 소유한 이란 다야니 가문은 지난 2015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를 제기했고, 우리 정부는 2019년 최종 패소했다. 이에 따라 배상금 730억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그간 대이란 제재로 국제 송금을 할 수 없어 지연됐다. 올해 초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이란 다야니 일가에 대한 배상금 송금을 위한 특별 허가서를 발급하면서 배상금 지급이 가능해졌고, 최근 송금 기한이 다가오면서 횡령 사실이 알려졌다.
한편, 금융감독원도 이날 현장 수시검사에 착수해 사고경위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자체 조사와 더불어 수사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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