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8일 오전 서울의 한 재개발단지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연합뉴스
사업주가 타워크레인의 균열 등 손상을 보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건설사와 ㄱ사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ㄱ사는 2017년 12월15일 충북 청주시 한 신축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을 설치했다. 이 크레인은 설치 일주일 전인 같은해 12월8일 자기탐상검사(비파괴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또 같은 달 28일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실시한 정기검사에서도 사용승인 결정을 받아 작업에 활용됐다. 그런데 이듬해 1월11일 사고추방연대의 고발로 실시된 고용노동청의 조사 결과에서 하자가 지적됐다. ㄱ사는 즉시 하자를 보수했다. 하지만 검찰은 ㄱ사와 안전보건 총괄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회사 쪽은 재판에서 “크레인에 균열 등 미비점이 존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크레인이 심한 손상이나 부식이 있는 재료를 사용해 설치된 것은 아니다. 산안법을 위반하려는 고의나 예견가능성이 없었고, 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ㄱ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크레인에 균열이 발견되는 등 미비점이 있었다. 미비점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미비점은 이 사건 현장에 크레인이 설치되기 전부터 존재했다. 타워크레인 설치 전 검사에서는 하자가 발견되지 않다가 고용노동청 조사로 나중에 지적된 것이고 즉시 보수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안전조치의무를 취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산안법 취지를 토대로 ㄱ사를 유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산안법 취지는 산업재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라며 “이 사건 피고인들은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을 통해 손상부위를 발견하고 보수하는 것과 같이 법이 정한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험방지에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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