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소비자기후행동 내 청년활동모임인 오션세이버 활동가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윤주 기자
3일 낮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가는 일회용컵을 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 소비자기후행동이 낮 12시부터 1시까지 한 시간 동안 청사 인근 식당가에서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집계해보니, 플라스틱·종이 일회용컵을 든 사람은 336명이었다. 텀블러 등 다회용 컵을 든 사람은 1명 뿐이었다. 이날 모니터링은 소비자기후행동 내 청년활동모임인 오션세이버 활동가 4명이 청사 인근에서 앱으로 각각 일회용컵을 든 사람과 다회용 컵을 든 사람을 직접 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상은 정부청사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거나 청사로 들어가는 등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보이는 이들이다.
이날 모니터링은 정부의 ‘일회용품 없는 청사 만들기’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이뤄졌다. 앞서 지난해 7월 ‘공공기관 일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이 국무총리 훈령으로 시행됐다. 공공기관이 청사에서 회의·행사를 할 때 일회용품과 페트병 생수, 음료 등을 구매하거나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훈령이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다회용 컵 등 일회용품이 아닌 제품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런 훈령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훈령에 강제성이 없는 탓이다. 이날 청사 앞에서 만난 공무원 류아무개(37)씨는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환경에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갖고 다니거나 일일이 씻기 번거로워 일회용품을 쓰게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공공기관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는 “공공기관에서조차 자연스럽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국민을 향해 일회용품을 줄이자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주체로서 더 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청사에 일회용품 반입 자제를 요청하는 등 공공기관 안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기관장의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며 “일회용품 줄이기 대책을 기관별 평가항목에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의 모니터링도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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