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진편지] #19 어린이날에 ‘노키즈존’을 돌아보다

어린이날 100주년 맞아 ‘어린이 차별철폐의 날’ 선포
번져가는 차별과 혐오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 필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아동 청소년 인권단체 회원들이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9살 김나단 어린이(오른쪽)와 6살 김한나 어린이가 노키즈존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자신이 그린 그림과 구호를 들고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노키즈존’을 아십니까?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어린이가 시끄럽게 하거나 뛰어다녀 영업에 방해된다며 어린이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사업장에서 붙인 문구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노키즈존’이 현행법과 국제인권규범이 정한 명백한 아동 차별이라는군요.

대한민국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9월 25일 국가인권위 전원회의는 13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제한한 제주도 소재 식당에 대해 “(노키즈존은) 아동에 대한 배제뿐 아니라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 대한 배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모든 아동과 그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용자가 아동과 보호자에 국한되는 것 또한 아니다. 따라서 아동과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이라며 “향후 피진정인이 운영하는 식당의 이용 대상에서 13세 이하 아동을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권고’에만 머문 채 우리 사회가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우리 주변의 노 키즈 존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아동 청소년 인권단체 회원들이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8살 이지예 어린이가 노키즈존의 부당함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아동 청소년 인권단체 회원들이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노키즈존 나빠요. 차별철폐법 좋아요.'라고 써진 펼침막 글씨에 물감을 칠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아동 청소년 인권단체 회원들이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고 노키즈존 등 어린이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제재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급식(충)’, ‘잼민이’, ‘~린이’ 등 한국사회에 만연한 어린이 차별적 언어가 난무하는 최근의 동향은 노키즈존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어린이를 귀찮고, 미숙하고, 문제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태도이지요. 차별은 차별을 낳는 것일까요? 노키즈존이 늘어나면서 우리사회의 차별과 혐오적 ‘~존’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중2존, 노중년존, 노시니어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노키즌존’이 차별인 것을 알리고 ‘어린이 차별철폐의 날’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국회 정문 앞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농성장에서 열렸습니다. 노00존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서 우리 안의 차별과 혐오가 또 다른 차별과 혐오를 불러옴을 깨닫습니다. 사회가 나서서 차별금지를 제도화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윤운식 선임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