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택시 차고지에 운전사를 구하지 못해 운행하지 못하는 택시들이 주차된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0년 경력의 법인택시 기사 조아무개(68)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야간 근무를 줄였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택시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엘피지) 가격이 오르면서, 매출 대비 연료 소모가 많은 야간 장거리 운행이 회사의 비용 부담으로 연결되다 보니 나온 이야기다.
택시 기사 인력난으로 ‘심야 택시 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료비 상승까지 택시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연료비 상승이 장기화되면 심야 택시 대란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점진적으로 오르던 엘피지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국면을 맞으면서 고점에 머물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페트로넷과 오피넷을 보면, 2022년 4월 기준 자동차용 부탄의 ℓ당 가격은 1163.15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약 30% 상승했다. 자동차용 부탄(엘피지) 가격이 월간 기준으로 리터당 1000원이 넘은 적은 2014년 9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법인택시회사가 야간 운행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매출 대비 연료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조씨는 “기사들이야 회사에서 연료비 지원을 받으니 가스 가격 올라도 상관은 없다. 그런데 장거리가 많은 야간 근무는 돌아올 때 손님을 못 태우고 빈차로 돌아오니 연료 효율이 잘 안 나온다. 회사는 기사들이 야간 대신 주간 근무를 많이 했으면 하는 눈치다”라고 전했다. 대부분 회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보니 한푼이라도 비용을 줄여보려 하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법인택시회사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지금은 택시회사가 엘피지 사용량을 전적으로 부담한다. 예전에는 기사 스스로가 몇 리터를 썼는지 관리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다”라며 “안 그래도 기사들이 없어서 경영이 어려운데 최근 가스 가격까지 오르니까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와 회사는 주간과 야간의 연료비 사용량이 많게는 1.5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했다. 조씨는 “주간근무에 하루 보통 120㎞를 뛰면 한 달 가스비가 19~20만원 든다. 그런데 야간에는 200㎞는 족히 넘겨야 비슷한 수준의 사납금을 맞출 수 있다. 이러면 가스를 35ℓ까지 쓴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 법인택시회사 상무 이아무개씨(61)는 “법인은 기사가 ℓ당 얼마나 벌었는지를 본다. 지금 이렇게 연료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는 ℓ당 2천원을 벌어오면 (회사 입장에선) 한 푼도 못 버는 셈이다. 주변 법인택시 중에는 연료비 많이 드니까 기사들에게 야간 근로를 줄이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사들에게 최대한 효율적인 운행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연료를 적게 쓰는 기사에게 주는)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회사의 이러한 요청을 대부분 택시 기사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야간 근무시간 감소는 월급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납금을 인상해 연료비 부담을 기사들에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택시기사의 수입 일부를 택시회사에 내는 사납금 제도는 2020년 이후로 불법이지만, 여전히 일부 법인에서 음성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 김아무개씨(55)는 “지금 회사와 임금협상 중이다. 기존에 하루에 13만원을 회사에 냈는데 회사 측에서 (연료비 인상을 이유로)추가로 5천원 정도 올리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회사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노조는 최대한 (임금협상)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래야 하루라도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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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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