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9월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8개월에 걸친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밝힌 수사 결과는 ‘고발장 작성→전달→실행’ 과정에서 ‘전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검찰 윗선 개입을 의심했던 ‘작성 단계’는 물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된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돼 실제 수사와 기소까지 이뤄진 ‘실행 단계’에서는 밝혀낸 것이 사실상 없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최소한 실행 단계에서는 국민의힘 쪽 혐의를 추가로 밝혀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0년 4월 ‘손준성→김웅→조성은’으로 전달된 고발장은 두건이다. 이 가운데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과 거의 동일한 고발장이 그해 8월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을 거쳐 대검찰청에 접수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고발장에는 미래통합당 대표 직인까지 찍혔다. 공식적으로 내부 결재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이를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해 수사하게 했고, 최강욱 의원은 당선 뒤 기소가 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재판부가 수사 진행 상황을 일단 지켜보자고 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날 “총선개입 사건”으로 규정해 손 검사를 기소하면서도, 대검 공안부장 출신으로 사건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무혐의 처분했다. 국민의힘 쪽 수사 내용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날 공수처 수사 결과에는 누가, 왜 고발장을 작성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졌다.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 있는 지시·작성 단계를 공백으로 남겨둔 것이다.
사건 당시 대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 가족’ 및 검찰 조직 보위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2020년 3월 대검은 ‘총장 장모 의혹 대응 문건’을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연루된 경기 성남시 부동산 사기 사건, 동업자 정대택씨 사건 등에 대한 사건 요지와 진행 결과 등 문건 내용이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을 통해 일부 언론에 전달됐다. 윤 당선자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법무부 장관 후보자)이 연루된 <채널에이(A)> 강요미수 의혹도 불거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간부는 “당시는 윤 당선자가 상당히 수세에 몰려 있던 때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장모팀’과 ‘채널에이팀’으로 나눠져 윤 당선자 의혹에 대응한다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라고 했다. 공수처도 4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손준성 검사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부임한 뒤 일련의 논란이 있었다. 판사 사찰 문건 논란, 장모 대응 문건, 소위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에 비춰 볼 때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검찰총장 또는 검찰을 보호하는 곳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실제 김 의원에게 전달된 고발장에는 명예훼손 피해자로 ‘윤석열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와 장모, 한동훈 검사장 등이 적시돼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2021년 10월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수처는 윤석열 당선자가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보고 수사를 진행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고발장 작성자를 ‘손준성 또는 현직 검사’로 특정하지 못하면서 그 윗선인 지시자로 나아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드리겠다”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등 김웅 의원이 조성은씨에게 한 발언의 ‘배후’를 찾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과 전달을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선거에 개입하려는 일련의 행위”로 봤다. 고발장 작성과 전달을 구분해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여러 정보를 단시간에 모아 전달한 행위를 법리 검토 등 전문적 내용을 담은 고발장 작성 행위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고발장을 접한 다수 법조인들은 “실무 경험이 상당히 많은 법률가들이 작성한 고발장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는 이날 <한겨레>에 “공수처는 손 검사가 이 사건의 주범이라고 봤지만 고발장 전달을 통해 손 검사가 얻는 이익이 전혀 없다. 모든 범죄 책임과 불명예를 혼자 짊어지게 된 손 검사가 재판 과정에서 자백 등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홀로 기소된 손 검사의 변호인은 “공수처가 오로지 정치적 고려만으로 사건을 무리하게 처리했다. 재판 과정에서 손 검사의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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