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4일 밤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할아버지와 7살 손자가 숨졌다. 영등포소방서 제공
어린이날 전날 밤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할아버지와 7살 손자가 숨졌다. 근처에 사는 손자가 할아버지 집에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밤 9시19분께 영등포동 15층짜리 아파트 8층 집에서 불이 나 내부를 모두 태운 채 1시간 만에 꺼졌다. 당시 집에 있던 할아버지(79)와 외손자(7)는 연기흡입 등으로 각각 주방과 거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응급조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영등포소방서는 신발장 부근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서가 1차 감식을 했지만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불이 나자 아파트 주민 14명이 대피했지만 추가 부상자는 없었다.
이웃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파트에는 숨진 할아버지 부부와 아들이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숨진 외손자는 근처 주택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데, 할아버지·할머니 집에 자주 왔었다고 한다. 화재 당시 할머니와 아들은 외출 중이었다. 한 이웃주민은 <한겨레>에 “어르신 부부가 장사하느라 매일 밤 12시 넘어서 퇴근했다. 어제는 할아버지가 집에 계시고, 손자가 어린이날이라고 놀러 온 것인지 함께 있었던 모양이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마음 아프고 눈물이 난다”고 했다.
다른 아파트 주민은 “손자가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오는 것을 여러 번 봤다”고 했다. 5일 집 근처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할아버지와 유치원 졸업사진으로 보이는 손자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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