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첫 내각에서 차관급 여성 내정자는 한 명도 기용되지 않는 등 ‘여성 없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와 지방의회 등 정치 영역의 성평등을 위한 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현재 국회에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9%에 그치는 등 여성의 정치대표성은 낮은 수준에서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 선거 후보자 추천 시 공천할당제를 지역구 의석에 적용하는 것도 의무화해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의 후보 공천 시 할당제를 적용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 △선거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정당의 책무임을 천명하고, 각 정당이 이를 실행할 근거 규정 마련 등을 권고했다.
또 각 정당 대표에게도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이행방안 등을 당헌·당규에 명시 △주요 당직자의 직급별 성별 통계 공개 및 당직자·당원 대상으로 한 성인지 의회 교육, 여성 정치인 발굴 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내용을 권고하며 남성에 편중된 현재의 한국 정치 지형을 짚었다. 인권위는 “제21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9%로, 국제의회연맹 기준 세계 190개국 중 121위에 그치고 전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25.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은 입법과 예산 정책에서 성평등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지난 21대 총선의 정당별 지역구 후보자 공천 현황을 보면 여성 비율은 더불어민주당 253명 중 32명(12.6%), 국민의힘 237명 중 26명(10.9%)이었고, 정의당은 77명 중 16명(20.8%)으로 집계됐다.
인권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별 불균형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고도 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가운데 여성 당선자는 없었고, 기초단체장 226명 중 여성 당선자는 8명으로 3.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여성을 전혀 공천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또 임의규정으로 정해진 현 성별할당제의 실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성별할당제는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현행 법령상 임의규정이라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비례대표 의석수가 지역구의 15%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비례대표에 대한 공천할당제 만으로는 여성의원의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공적 정치 영역에서 성별 불균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이룰 수 있도록 (할당제를) 의무화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지명했던 16명의 장관 후보자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고, 신임 차관 내정자 가운데 여성은 한명도 없다. 또 현재까지 발표한 초대 대통령실 비서관급 인사에서도 전체 39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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