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018년 10월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피해자의 유가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존재한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 심리로 17일 열린 첫 재판에서 원고인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 배아무개씨 등은 피고 니시마츠건설 주식회사를 상대로 이같이 주장했다. 피해자 김아무개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에 위치한 군수사업체에서 일하다 1944년 5월29일 숨졌다. 유족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동원돼 노역을 하다 숨진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며 2019년 6월 소송을 냈다.
원고 쪽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고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부터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불법적 식민지배,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것이라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니시마츠건설 쪽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고,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애사유도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로 해소됐다”고 반박했다.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자들이 행사할 수 있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대법원의 2012년 5월과 2018년 10월 판결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일본 기업들은 시점이 더 이른 2012년 5월 판결을 기준으로 3년의 소멸시효를 계산해 피해자들의 권리가 이미 사라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언제부터 유효한지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어서 대법원이 기준 시점을 정리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2018년 12월 광주고법 민사2부는 같은 취지 손해배상 소송에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피해자 승소로 판결했고,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민사68단독 재판부는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부터 권리 행사가 가능했다며 피해자들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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