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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안전 관리’ 맡겼더니 ‘노조 관리’한 대한산업안전협회

등록 2022-05-18 15:55수정 2022-05-19 02:46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지난해 고객사 노조 파악 시도
협회 “노조 문제제기 미리 대응하려”
대한산업안전협회 누리집 갈무리.
대한산업안전협회 누리집 갈무리.

고용노동부 지정 안전관리전문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자신들에게 안전관리를 맡긴 전국 8천여개 사업장의 노동조합 현황을 파악하려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지원본부는 지난해 6월16일께 전국 28개 지회 직원이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수탁 사업장(협회에 안전관리를 위탁한 고객사)의 노동조합 설립 현황을 파악해 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각 지회가 안전관리하는 고객사에 △노조가 설립돼 있는지 △단일노조인지 복수노조인지 △소속 상급단체가 한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인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인지 등을 파악해 본부에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협회 본부는 이런 내용을 통계로 정리해 제출하되, 노조가 있는 기업의 명단도 함께 첨부할 것을 요구했다. 지시를 받은 각 지회 직원들은 본부 회신을 위해 고객사 노조 현황 파악에 나섰다.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지난해 6월 ‘수탁 사업장(협회에 안전관리를 맡긴 사업장)의 노동조합 설립 현황을 파악해 달라’며 지역 지회에 보낸 노동조합 현황 파악 서식 갈무리.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지난해 6월 ‘수탁 사업장(협회에 안전관리를 맡긴 사업장)의 노동조합 설립 현황을 파악해 달라’며 지역 지회에 보낸 노동조합 현황 파악 서식 갈무리.

협회는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사고 발생 시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 성향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협회 담당자는 채팅방에 노조 현황 파악을 지시하며 “협회에서 관리하는 수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업장의 노동조합이 민주노총이면 언론 플레이 및 집회 등으로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해 협회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 발생에 사전 대응하고자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 모 지회에서도 수탁 사업장의 노동조합(민주노총)에서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사업장을) 방문해서 (노조 현황을) 자연스럽게 오해 사지 않도록 파악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 협회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안전관리를 잘 했음에도 중대재해 발생만으로 노조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미리 대응하려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300인 미만 기업의 안전관리자가 해야 할 법적 의무를 대신 맡아서 하는 고용노동부 지정 ‘안전관리전문기관’이다.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직업성 질병 유발 요인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등 안전 관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본연의 업무와 달리 비용을 지급하는 사업주를 의식해 협회가 개선 사항을 축소하거나 조사를 형식적으로 진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작업 위험을 지적하는 노동조합과 갈등도 잦았는데, 중대재해법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조합이 위험 문제제기할 것을 대비해 관련 대응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18년엔 협회가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위아’ 쪽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맡았다가 ‘현장 노동자가 체감하는 작업강도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정규직 지회 쪽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협회 쪽은 지시는 했으나, 보고는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노사관계가 협조적인 기업일수록 재해 예방 활동이 잘 된다’는 취지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간했기에 협회도 이에 근거해 실태조사를 한 번 해 본 것”이라며 “막상 해 보니 오해 받을 소지가 있어 조사를 중단했고 관련된 자료도 받아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상당수 고객사는 6월 말까지도 노조 설립 현황 문의를 받았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안전관리전문기관은 중소기업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실상은 사업주와의 재계약을 위해 서류 위주로 건수만 채우는 경우가 많다”며 “노조가 그런 관행에 자꾸 문제를 제기하니 협회가 노조성향 등을 파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꾸지 않고 노조 대응에만 골몰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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