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국회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하루 만에 단행한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중용됐던 검찰 인사들을 좌천하는 도중에 ‘무리한 망신주기’가 있었단 사실이 확인됐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검사장)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검찰 인사 발령과 관계없는 지방 고등검찰청 근무를 구두 지시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전날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충북 진천·경기 용인 소재) 연구위원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는데, 그와 별개로 대구·부산고검 등에서 근무하며 연구 업무를 하라는 휴대전화 문자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정식 인사명령과 다른 지방 근무 명령에 당황한 이들이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 실무자에게 문의를 하자, “각 지방 고검에서 근무하는 게 맞는다”는 취지로 구두 인사명령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근무지 변경을 구두로 하는 것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항의하자, 3~4시간 뒤 “고검 근무는 없던 일로 하자”며 다시 구두로 고검 발령을 취소했다고 한다. 대검검사(검사장급)를 징계 등 처분 없이 고검에 근무하도록 하는 것은 법령에 없는 인사 처분인데다, 정식 인사 발령에도 없는 구두 명령은 절차에 어긋나는 일이어서 ‘망신주기’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법무부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심재철 남부지검장·이정현 공공수사부장 등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고위직을 역임한 인사 4명을 법무연수원으로 무더기 인사 조처했다.
한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문자‧구두 인사발령’ 관련 질의를 받자 “(법무연수원에) 고위직들이 모여있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토했고, 추후 파견명령 등으로 (근무지 변경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본인에게 의사를 물어본 것이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검찰 안팎에선 전날 인사에 앞서 검찰인사위원회를 전혀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도 지적된다. 통상 법무부는 검찰 인사 전 주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검찰인사위를 진행한다. 한 검찰 간부는 “고위직 인사가 예상보다 컸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사위를 거치는 편이 바람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내부에선 예상보다 한층 노골적인 ‘코드 인사’에 당황스럽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검찰총장 임명 뒤 6~7월께로 예상되는 정기 인사에서도 ‘제 식구 챙기기’가 반복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전 정부에 조금이라도 협력한 검사는 반드시 보복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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