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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선택된 가족’ 인정, 국민 보호·사회 안정 위해 필요”

등록 2022-05-20 17:48수정 2022-05-20 17:59

국회입법조사처 현안 보고서
비친족 친밀한 관계의 가족 인정 필요
“비친족가구, 42만 가구 넘어”
국외선 돌봄대상에 ‘선택된 가족’ 포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태어나서 맞이하는 가족을 선택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지만 살아가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족도 있습니다. 선택하는 가족과 안전하게 오래 행복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동성부부 ㄱ씨)

입법 및 정책분석 전문기관인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9일 ‘가족 다양성의 현실과 정책 과제: 비친족 친밀한 관계의 가족 인정 필요성’이라는 현안분석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한국 법률상 가족 개념은 혈연과 혼인·입양만을 인정하고 있어 친밀한 관계로서 생계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상호 돌봄과 보살핌의 가능성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혼·혈연 중심 가족 개념은 여러 한계를 낳았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비친족가구의 수는 이미 42만 가구(91만명)을 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노동자의 ‘가족돌봄휴직·휴가제도’ 등에서 정하는 ‘돌볼 수 있는 가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상을 공유하는 생활동반자, 친부모를 대신해서 돌보고 있는 위탁아동, 부모 없이 홀로 자란 친한 친구 등을 돌볼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 및 기회가 원천적으로 막혀있다는 것이다.

국외에서는 가족의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허민숙 조사관은 다른 여러 나라에서 시민결합 등의 제도를 도입해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최근에는 가족 돌봄 관련 법률에서 돌봄 대상 가족 범위를 ‘마치 가족과 같이 친밀한 자’로 확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허 조사관은 보고서에서 유연한 가족 개념인 ‘선택된 가족(chosen family)’을 언급했다. 혈연이나 법률혼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나 마치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친밀한 자를 말하는데,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허민숙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의 ‘가족 다양성의 현실과 정책 과제: 비친족 친밀한 관계의 가족 인정 필요성’이라는 현안분석 보고서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가족돌봄휴가의 돌봄 대상에 ‘선택된 가족’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미국 10개 주와 워싱턴디시(DC)에서 유급가족의료휴가 관련 법률을 마련했다. 허 조사관은 “메릴랜드주를 제외하고 모두 등록동반자, 동거인, 가족과 같이 친밀한 자 등을 가족돌봄휴가 대상에 포함한 것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스웨덴에서는 중한 질병을 앓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자(closely-related person)’를 돌보게 될 경우 정부로부터 돌봄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친구나 이웃도 포함된다. 캐나다는 노동자가 중병을 앓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은 자, 또는 임종을 앞둔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일하지 못하면 임금의 55%를 보전해 준다. 이때 ‘노동자가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지’가 돌봄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허 조사관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가족 선택’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서에 설명했다. 실제 사회 인식은 법률을 앞지르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6월25일~7월8일 18~79살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법적인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고 생계를 공유하는 관계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68.5%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허 조사관은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법률 근거를 가지지 못하지만 보살핌과 친밀성을 나누는 자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며 “관계가 혈연과 혼인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 간 정서적 교감과 유대감을 외면하고, 사회의 인정과 지원에서 배제한다면 이는 국민을 보호하는 일도, 사회를 안정시키는 일도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민법 제799조의 가족 범주,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의 가족 정의에 생계를 함께하는 동거인 그리고 ‘가족과도 같은 친밀한 자’의 개념을 포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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