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변경 없이 더 무거운 혐의를 적용해 재판하는 것은 피의자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초래해 허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공소장 변경 없이 더 무거운 혐의를 적용해 재판하는 것은 피의자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초래해 허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여행대행업체 대표 ㄱ씨는 피해자들에게 단체항공권(블록 티켓) 관련 사업 자금 명목으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7회에 걸쳐 14억원 넘게 교부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한 다른 이들과 공모해 유사한 수법으로 21명 피해자에게 109회에 걸쳐 모두 30억원 넘게 편취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같은 피해자가 다른 사기 방법으로 피해를 입은 일도 있었다.
1심은 각 혐의에 대해 ㄱ씨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은 두 재판을 합쳐 ㄱ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동일한 사기 피해자가 있어도 범행방법이 다르다며 별개 범죄로 기소했는데, 2심 재판부는 이를 종전 기소된 혐의와 합쳐 법정형이 가중된 특경법상 사기죄로 병합 심리한 것이다. 이후 이 병합 결정이 쟁점이 됐다. 특경법상 사기죄가 일반 사기죄보다 형이 무거운데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특경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 것이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피해자는 동일하지만 범행방법이 다르면 별개 범죄로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검사가 사기죄로 기소했는데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형이 더 무거운 특경법상 사기죄를 적용해 처단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하는 점에서 허용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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