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본인이 없을 때 소집통지서를 수령한 가족이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전달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예비군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예비군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며 법원이 낸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ㄱ씨는 경남 양산시에 있는 예비군 ㄴ씨의 아내다. ㄱ씨는 두차례에 걸쳐 ㄴ씨가 집에 없을 때 ‘예비군 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았지만 이를 ㄴ씨에게 전달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예비군법은 소집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전달하지 않거나 파기하면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직권으로 이 조항이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은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예비군 훈련을 위해 소집 통지서를 전달하는 건 정부의 공적 의무와 책임인데, 이를 행정사무 편의를 위해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수행해야 할 예비군 훈련에 대한 공적 사무 이행과 책임을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선애·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국방의 의무는 예비군뿐 아니라 성년자인 국민에게도 미쳐, 소집통지서 전달 의무가 정부의 의무만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집통지서를 대신 전달해 훈련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국가 안보나 국방 의무 측면에서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고도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예비군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무는 정부가 수행할 공적인 일이고, 예비군 본인이 없을 때 소집통지서를 대신 전달하는 행위는 단순히 국가에 대한 행정절차적 협조의무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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