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송된 <한국방송>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1위 후보였던 임영웅과 걸그룹 르세라핌의 집계 접수가 공개돼고 있다. <한국방송> 캡처
“집계 기간인 5월2∼8일에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에 임영웅의 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다.”(5월18일)→“라디오 부문은 한국방송 쿨에프엠(FM)의 7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5월19일)
<한국방송>(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의 점수 조작으로 가수 임영웅이 1위를 하지 못했다는 의혹에 제작진이 잇따라 내놓은 해명이다. 임영웅 팬들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내용에 관련 민원을 접수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7일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민원인은 지난 13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과 함께 1위 후보에 오른 임영웅이 방송 횟수 점수에서 0점을 받아 총점에서 밀린 것을 두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뮤직뱅크는 디지털음원(60%), 방송 횟수(20%), 시청자 선호도(10%), 음반(5%), 소셜미디어(5%)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된 항목은 ‘방송 횟수’다. 18일 방송사 쪽이 “집계 기간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에 임영웅의 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임영웅의 곡이 라디오에 방송된 사례들이 확인되면서다. 이에 지난 19일 <한국방송>은 쿨에프엠 7개 프로그램이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방송>에는 쿨FM을 비롯해 1라디오, 해피FM, 3라디오 등이 있다. <한국방송>은 쿨FM이 정규 편성한 프로그램 13개 중 순위 집계 대상인 7개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한겨레>가 집계 기간 쿨FM 프로그램의 13개 프로그램 선곡표를 모두 확인했더니, 임영웅의 ‘다시 만날 수 있을까’는 1회, 르세라핌의 ‘피어리스’(FEARLESS)는 2회가 방송됐다. 라디오 방송 만으로는 방송 횟수 점수 차(임영웅 0점, 르세라핌 5348점)가 설명되기는 어려운 셈이다. ‘방송 횟수’ 항목 중에서도 뮤직뱅크 제작진이 라디오 이외에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 등에 어느 정도 가중치를 뒀느냐가 조작 논란을 종결할 열쇳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의 순위 조작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씨제이이엔엠(CJ ENM)의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101’과 ‘아이돌학교’의 투표 조작이 밝혀진 바 있다. ‘프로듀스101’의 메인 프로듀서였던 안준영 피디는 지난해 3월 사기·업무방해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고, ‘아이돌학교’ 총괄 프로듀서 김아무개씨는 올해 1월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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