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일하는 직업인데, 낮에 3통 이상씩 선거 전화가 와 수면을 방해하니 너무 화가 납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정아무개(31)씨는 최근 지속되는 ‘선거 공해’로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하루에만 전화와 문자가 5통 이상 전화를 울려대는 통에 수면 시간을 방해받고 있다. 29일 정씨는 <한겨레>에 “인천·대구·전주 등 연관 없는 지역의 선거 전화·문자가 와 불편하다”며 “매번 다른 번호로 전화나 문자를 보내니 일일이 해당 번호를 차단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씨처럼 투표 독려, 여론조사, 지지호소 목적의 선거 관련 전화·문자 ‘폭탄’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전국에서 투표 대상이 단일한 대선과 달리, 지선은 시장, 시·구의원, 교육감 등 투표해야 할 사람이 여럿인 데다 타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의 홍보 전화·문자까지 받아 불편이 더 크다고 말한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개인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인천의 한 공공기관 직원 홍아무개(28)씨는 “직원들 직통전화로 시청 등 유관기관에서 오는 업무 연락을 받고 있는데, 선거 전화 때문에 수시로 울려 업무에 지장이 가고 있다”며 “최근엔 선거 전화 탓에 민원인 전화를 받지 못해 항의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선거운동 기간에 특정 요건을 갖춰 전화나 문자를 이용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거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명을 종합하면, 후보자는 관할 선거구위원회에 신고한 1개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대량 문자발송 시스템으로 총 8회까지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에이아르에스(ARS) 전화는 투표 독려 목적이라면 횟수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이때 후보자들이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대상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선거 공해’에 시달리다 못한 유권자들은 온라인에서 △1547(에스케이텔레콤) △080-999-1390(케이티) △080-855-0016(엘지유플러스)에 전화하면 선거 전화·문자를 피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선거 여론조사는 피할 수 있지만, 후보자들이 보내는 문자나 전화까지 피할 순 없다. 이 방법은 이동통신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정당 또는 여론조사 기관에 ‘여론조사’ 등의 목적으로 번호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얻은 연락처를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은 불법이다. 대량 문자나 에이아르에스 전화의 경우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휴대전화 선거 공해’에서 벗어나고 싶은 유권자들은 일일이 해당 후보자에게 수신거부 의사를 표시하거나 후후·티(T)전화·후스콜 등 스팸차단 앱을 활용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제82조의5)상 후보자는 정보수신자의 명시적인 수시거부 의사에 반하여 선거운동 목적의 정보를 전송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스팸차단 앱을 이용하면 이전에 해당 전화번호를 받은 이용자들이 등록한 정보가 뜨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전화나 문자를 차단할 수 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