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 화상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장관이 법무부로 이관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업무에 대해 “의미있는 진전”이라 자평하고 있지만, 권한 몰아주기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대법관 후보추천위원인 한 장관이 검증 권한까지 갖게 되면서 검찰에 의한 재판 독립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선 대법관 후보자 인사검증을 청와대가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장관은 ‘인사검증 불관여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 대법관의 경우 임명 과정 핵심인 추천과 검증 권한을 한 손에 쥐게 됐다.
대법원은 오는 9월5일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 후임자 제청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법원 안팎에서 추천한 이들의 적격 여부를 심사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를 통해 후보자군을 압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법무부 장관은 추천위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31일 국무회의에서 설치가 확정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관리단)이 대법관 후보자 인사검증 업무까지 맡게 될 경우, 한동훈 장관은 대법관 후보 추천과 검증을 동시에 맡게 된다. 전례 없는 권한 집중·중첩이다. 한 장관이 추천위에서 ‘미는’ 후보자에 대해 장관 직속 기구인 관리단에서 공정하게 인사검증을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한 장관이 장관직을 2년만 유지해도 무려 대법관 6명의 추천·검증에 관여하게 된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검증 역할까지 맡게 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 장관이 대법관 추천위원에서 빠지든, 최고법관에 대한 인사검증 업무를 내놓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법무부 장관을 추천위에서 빼려면 법원조직법 개정이 필요한데, 그 전에 한 장관 스스로 추천 업무를 회피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날 한 장관은 관리단이 대법관 인사검증을 맡는 것에 대해 “기존에 있었던 업무이며, 그 대상도 새로 늘리는 것이 아니다. 통상 업무”라며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 업무”라는 한 장관 설명과 달리 문재인 정부에서는 행정부가 사법부 인사검증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인사검증을 맡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대법관 후보에 대해 일체 인사검증을 하지 않았고 그 작업은 대법원 자체에서 수행했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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