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OTT 계정 공유합니다” 1년치 입금하자 ‘먹튀’…피해자만 수백명

등록 2022-06-02 15:44수정 2022-06-03 02:49

OTT 공유도 ‘돌려막기’ 사기?
피해자 200명 사기로 형사고소
계정 공유 돈 낸 뒤 바로 접속 안돼
“돈 없어 돌려막던 오티티가 막혀” 해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년치 돈만 먼저 받아가놓고 1개월 만에 ‘먹튀’했어요.”

지난 4월20일 온라인 커뮤니티 올라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계정 공유 모집글을 보고, 이아무개(28)씨는 1년치 비용인 3만3000원을 선입금했다. 혼자 기본요금제(월 9000원)를 이용하는 것 보다 계정 공유를 하는 게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이용을 시작한지 10일 만에 계정이 삭제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유 계정을 만들어 4명까지 접속이 가능한 ‘4인팟(파티)’을 주도하는 ‘총대’(공동구매 결제 등을 담당하는 사람을 일컫는 온라인 용어)인 김아무개씨에게 바로 항의했다. 김씨는 “본인도 영문을 모르겠다”며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줬지만 그 계정도 한 달 만에 구독권이 끊겼다. 이후 김씨에게 온라인 메신저로 거듭 연락을 해봤지만 답은 없었다.

오티티 계정이 ‘필수품’이 되고 요금도 인상되면서 비용 절약을 위해 계정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개인끼리 공유를 하다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 대부분 소액인 데다 개인 간 거래기 때문에 소비자원 등을 통한 구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최근 한 사람이 수백개의 계정을 만들어 미리 받은 1년치 계정 이용료를 ‘먹튀’하는 일이 벌어져 200명이 넘는 피해자가 형사고소에 나섰다.

이씨는 자신만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됐다. 2일 <한겨레>취재를 종합하면, 온라인에서 피해 사실을 인증한 피해자만 400여명에 달한다. 이씨는 “김씨는 왓챠, 웨이브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공유도 같이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다”며 “각종 오티티 서비스를 가리지 않고 개수 제한 없이 만들 수 있는 구글 메일을 활용한 공유 계정을 수도 없이 열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김씨 아이디를 바탕으로 추적한 계정은 현재까지 313개에 달한다.

이들은 환불을 요구했지만, 김씨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만 돌려줬다. 결국 피해자 200여명은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피해금액은 960여만원에 달한다. 1년치 비용 3만7000원을 선입금한 뒤 두 달 만에 구독권이 끊겼다는 ㅊ(26)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ㅊ씨는 “피해자 200여명의 위임장을 받아 경찰서에 제출했는데, 피해자들끼리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따로 하라는 얘기를 듣고 개별 제출하게 됐다. 명백한 사기로 봐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피의자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김씨는 지난달 23일 “2020년 초중순 시청 목적으로 첫 공구(공동구매)를 시작했지만 그해 말 코로나로 인해 실직이 되고 설상가상 몸이 다쳐 취직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익이 없어졌고 오티티 비용으로 나가야 할 돈이 사적으로(가스비, 전기세)로 빠지게 됐다”며 잘못을 시인하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렸다. 김씨는 “오티티가 갱신되지 않자 (공구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선납으로 받았던 공구가 생각나 하나 더 만들게 됐다. 돈이 없어서 돌려막던 오티티가 막히는 게 반복이라 문제가 계속 생겼다”며 “사람들의 돈으로 제 시간을 사고 일명 돌려막기를 진행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오티티 세계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현재 구독자 감소와 수익 저하 등의 이유로 계정 공유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