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2일 이영상(57) 경북경찰청장을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치안정감 7명 중 임기가 정해진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6명이 모두 바뀐 것이다. 기존 경찰 수뇌부를 ‘문재인 정부 사람’으로 보고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서 모두 배제한 셈이다.
경북 예천 출신인 이영상 치안정감은 1992년 경찰 간부후보 40기로 임관해 경찰청 수사기획관, 경찰청 수사제도개편단장, 대구경찰청장, 경찰청 형사국장 등을 지낸 수사통으로 분류된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24일 김광호 울산광역시경찰청장(행시 35회), 박지영 전라남도경찰청장(간부후보 41기),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경찰대 7기),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경찰대 7기),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순경 공채) 등 5명을 치안정감으로 승진 인사했다.
겉으로 볼 때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은 입직 경로, 출신 지역, 전문 분야 등이 고루 안배된 모양새다. 다만, 한 번에 인사를 내지 않고 뒤늦게 ‘원 포인트’ 인사를 추가로 낸 것과 관련해선 경찰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날 인사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치안정감 1~2명은 잔류해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 에프시(FC) 후원금 의혹 재수사,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관련 주요 수사를 진행해 온 최승렬(간부후보 40기) 경기남부청장이 차기 청장 후보군에 꼽혔다. 그러나 이날 이영상 치안정감 추가 승진으로 최 청장 역시 옷을 벗을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총 7명이다. 통상 신임 경찰청장 취임 뒤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는 것과 견주면, 청장 후보군부터 먼저 물갈이성 인사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검찰총장 인사를 내기 전 법무부가 대검찰청 차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것처럼 경찰 인사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신임 청장이 누가 되더라도 자신의 손발이 될 고위직을 직접 추천하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청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를 거친 뒤, 이르면 이번주 중 치안정감 보직 인사를 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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