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임태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사무소에서 두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일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 결과 17개 시·도 중 9곳에서 진보, 8곳에서 보수 성향 후보자가 당선되면서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진보 교육감이 보수 교육감으로 교체된 5개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지역 교육정책의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2일 6·1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교육감 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 경기·부산·강원·충북·제주 등 5개 지역 교육감이 진보에서 보수 성향으로 바뀌었다. 부산·충북·제주는 현직 진보 교육감이 첫 도전에 나선 보수 후보들에게 자리를 내줬고, 경기·강원은 진보 성향의 현직 교육감이 불출마한 뒤 보수 후보가 새 교육감이 됐다. 대구·경북·대전에서는 현직 보수 교육감이 각각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했다.
경기도는 2009년 김상곤 전 교육감 당선 이후 이재정 교육감이 2014년과 2018년 연임하며 다양한 진보 교육 실험이 이뤄진 지역이다. ‘고교 평준화’와 ‘9시 등교제’ ‘야간자율학습 폐지’ 등은 이 교육감이 추진해온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54.79% 득표율로 당선된 임태희 당선자는 후보 시절 9시 등교제에 대해 일선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겠다고 밝혔고, 야간자율학습 폐지에도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임 당선자는 또 고교평준화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는 전체 31개 시·군 중 수원·성남·용인 등 12곳이 평준화, 하남·남양주·화성 등 19곳이 비평준화 지역이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진보 교육 시대의 문화적 유산을 단칼에 없애려면 새 교육감은 큰 정치적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며 “진보 교육감 시절 정책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적응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책이 달라졌을 때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 후보가 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선거캠프에서 당선 축하 화환을 목에 걸고 두손을 번쩍 들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는 자율형사립고나 국제학교가 추가로 설치되며 고교 서열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김석준 교육감 시절인 2019년 6월 부산시교육청은 해운대고를 대상으로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했다가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반면 보수 성향의 하윤수 당선자는 서부산권에 자사고와 특수목적고 설립을 추진하고 명지국제신도시에 국제학교 유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공약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자사고 추가 설치 공약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흐름과 지역 (보수) 교육감의 흐름이 일치하기 때문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교 서열화로 학생의 공동체 의식을 키우기 힘들어져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 후보가 1일 오후 강원 춘천시 후평동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유력시된 뒤 꽃목걸이를 걸고 가족 및 캠프 관계자, 지지자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의 경우 3선 터줏대감이었던 민병희 교육감이 연임 제한으로 불출마하면서 보수 성향 후보가 29.51%를 득표해 당선됐다. 신 당선자는 “진보 교육감 시절 강원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하락했고 수능 성적은 최하위”라고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강원도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 정시 비중 확대에 발맞춘 수능 대비 공약을 내놓았다. 전교조 강원지부 관계자는 “학교 수능 대비를 통해 계층 문제로 고착화된 대학 진학률 격차가 극복될진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을 비롯해 진보 교육감이 다시 집권한 9개 지역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과 지역 교육감의 정책이 부딪치며 대립각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5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 존치를 결정할 경우 진보 교육감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또 오는 7월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수적으로 우세한 진보 교육감이 위원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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