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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리뷰조작 의혹 쿠팡, 심판이 선수로 나서 반칙까지 하는 격”

등록 2022-06-04 09:11수정 2022-06-04 09:34

[한겨레S] 커버스토리
‘쿠팡 잠입 알바’ 권호현 변호사 인터뷰

직원에 ‘리뷰 작성’ 지시 의혹 등
거대 기업 쿠팡 일탈 지적해와
공정위도 지난달 본격조사 착수
“리뷰 추적 시스템은 칭찬할 만”
권호현변호사가 서울 새문안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권호현변호사가 서울 새문안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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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유통계의 공룡으로 자리잡으면서 거대한 몸집을 움직일 때마다 적지 않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른 문제는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대한 리뷰 조작 의혹이다. 쿠팡은 “상품평 99.9%는 구매 고객이 작성한 것으로, 직원이 작성한 상품평의 경우 이를 따로 표시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이 이미 지난달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리뷰 조작 의혹과 관련해 쿠팡 본사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마친 상태다.

플랫폼 기업이 조직적으로 허위 리뷰를 생산했다면 개인 구매자의 일탈 행위와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쿠팡의 소비자 기만 의혹을 고발하는 데 앞장선 이들 가운데 권호현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가 있다. 그는 쿠팡의 착취적 경영 방식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고, 쿠팡 물류센터에서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쿠팡의 실체’ 경험담을 개인 에스엔에스(SNS)에 르포 형식으로 직접 풀기도 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일탈 논란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평범한 소비자들에게 어떤 폐해를 끼칠까? 대안은 없을까? 권 변호사에게 물었다.

―쿠팡 피비 상품 리뷰는 여타 오픈마켓에 흔한 허위 리뷰 문제와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

“첫째, 쿠팡은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업체다. 일종의 심판이잖나. 근데 이 마켓을 운영하는 업체가 선수로 나서 판정권을 가진 채로 반칙까지 하는 거다. 제보 내용을 근거로 쿠팡 피비 상품에 달린 리뷰들을 관찰해보니, 이건 누가 봐도 실사용자 후기가 아니었다. 우선 일반적인 구매 패턴과 달랐는데 한 사람이 쿠팡 피비 브랜드인 ‘탐사’ 고양이 모래를 집에 연이어 대량 구매했다. 집에 고양이를 30마리쯤 기를 때 살 만한 분량이었다. 한달 보름 사이 600장이 넘는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이도 있었다. (참여연대 쪽은 약 5명의 쿠팡 직원 추정 리뷰어가 비슷한 날짜에 동일한 피비 상품에 대한 후기를 조직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본다.)”

―쿠팡은 “쿠팡 직원이 작성한 상품평은 이를 반드시 명시하고 있다” “모든 상품평의 99.9%는 직원이 아닌 구매 고객이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는데.

“물론 쿠팡 직원이 리뷰를 쓸 순 있다. 다만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고용인이 쓴 거라고 해야 한다. 쿠팡 직원이 어딘가 외부업체에 하청의 하청을 줘서 쓰더라도 그 표시를 해야 한다. 근데 일반 소비자인 듯이 쓴 건 소비자를 유인하는 기만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 직원 작성 후기라고 명시를 했다고 해도 이건 문제가 된다.”

―이유가 뭔가?

“쿠팡 피비 제품 판매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가 쿠팡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쿠팡이 자사 및 계열사 직원들에게 피비 상품 리뷰 작성을 지시했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라고 지적할 수 있다. (쿠팡 입점 업체들에 따르면) 판매자들은 쿠팡이 운영하는 쿠팡체험단의 리뷰를 돈을 내고 구매한다. 하나당 10만~11만원, 여기에 체험할 수 있도록 상품도 제공해야 하니 질 좋은 체험단 리뷰를 10개쯤 확보하려면 120만~150만원 정도를 낸다고 한다.”

―쿠팡이 직원을 동원해 피비 상품 리뷰를 올릴 경우 어떤 이득을 얻나?

“앞서 말했듯 쿠팡은 플랫폼의 심판이자 관리자다. 또 자기들은 어떤 리뷰가, 몇개 이상이면 해당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상단에 노출되는지 알고리즘을 알고 있지 않나. 자기들이 영업 비밀이라고 하는 ‘공식’을 아는 이들의 불공정 게임이다. 더구나 회사에서 직원한테 ‘몇개 써’ 이렇게 할당했고 누가 썼는지 다 아는 상황에서 나쁘게 쓸 직원이 어디 있나. 조작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3월 쿠팡 리뷰 조작 기자회견 이후, 쿠팡에 근무했던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나도 회사에서 (리뷰) 쓰라고 했는데,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잘못이라면 판매자들한테 이윤을 맞추라고 갑질 하는 것, 그걸 못 견뎌 퇴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플랫폼이 직접 가담한 리뷰 조작 논란, 오픈마켓 등에 만연한 허위 리뷰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쿠팡이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리뷰 작성자들의 아이디를 클릭하면 그들이 과거에 어떤 상품을 구매했고, 어떤 평을 남겼는지 이력을 추적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쿠팡 피비 상품 초기 댓글의 상당수가 허위 리뷰임을 확신하게 해준 것도 이 시스템 덕분이다. 쿠팡이 이걸 불법적으로 사용만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 이력 시스템이 다른 오픈마켓에도 다 적용된다면 자정 작용이 상당할 것이다.

오픈마켓 운영자들이 심판으로서의 두가지 역할을 충실히 하면 허위 리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리라 본다. 첫째, 허위 리뷰가 판치지 않게 이력 시스템을 도입하고 발견되는 허위 리뷰어를 바로바로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것, 둘째, 입점한 판매자들한테는 금지하면서 자기 또는 계열사 상품에 대한 허위 리뷰에는 관대하게 되는 유혹에 빠지지 않게 심판이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것을 지양할 것. 오픈마켓에 허위 매물, 허위 리뷰 같은 불법정보가 올라오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운영자의 임무라고 본다. 음란물, 명예훼손물을 신속히 차단하는 것과 같다. 제대로 관리 못 하면 과태료나 과징금 등 제재를 받도록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를 추가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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