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아닌 임원 등 ‘사용자’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상대방이 될 수 있고, 부당노동행위인 발언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노동조합도 그 발언에 의해 권리침해를 받는다면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첫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회사 사장이 아닌 ‘상무이사’가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회사 내 다른 노조와 연대하지 말라”고 했다면, 상무이사에게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 대법원은 사업주가 아닌 임원 등 ‘사용자’를 상대로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는 첫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산의 한 택시회사 새 노조위원장 ㄱ씨와 기존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ㄱ씨는 2015년 2월27일 회사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새로운 노조를 만들었다. ㄱ씨가 새 노조를 설립하자 기존 노조는 교섭대표 지위를 상실할 상황에 놓였다. 이에 새 노조와 기존 노조는 교섭창구를 단일화 하려했는데, 회사 상무이사인 ㄷ씨는 ㄱ씨에게 “새 노조는 기존 노조와 연대하지 말라”고 회유했다. ㄱ씨는 ㄷ씨의 발언이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해 기존 노조와 함께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ㄷ씨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하지만 부산지노위는 ㄱ씨 등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앙노동위원회 판단도 같았다. 상무이사는 사업주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중노위는 “상무이사는 사업주가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이 없고, 상무이사의 발언이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한 ㄱ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중노위 판단과 같이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상무이사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에 해당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했다. ㄷ씨의 발언에 대해서도 “원고들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ㄱ씨 쪽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유형이 다양하고, 노사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 영향도 다각적이라 부당노동행위의 예방·제거를 위한 구제 명령의 방법과 내용은 유연하고 탄력적일 필요가 있다. 구제명령을 발령할 상대방도 사업주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상무이사의 발언을 직접 듣지 않은 기존 노조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권리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은 조합원으로 가입한 근로자나 조합원으로 가입하려고 하는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노조의 명의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며 “기존 노조에게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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