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만 ‘새마을지도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여성은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하도록 구분한 새마을운동중앙회의 회원자격 제한은 차별적 성인식을 강화하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7일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새마을운동조직의 성별을 이유로 한 회원가입 제한에 대한 진정에서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정관이나 회칙 개정 시 성별에 따라 회원자격을 제한하는 것을 지양하고, 단체명을 성평등한 용어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진정을 낸 ㄱ씨는 마을에서 새마을지도자로 선출됐지만, 회칙상 지도자 가입이 불가능했다. 새마을지도자중앙회는 남성에게만 지도자 회원자격을 부여했고 여성은 새마을부녀회에만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ㄱ씨는 “(가입 제한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새마을부녀회’ 명칭도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이 단체가 인권위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진정 자체는 각하했지만, 전국적으로 5개 회원단체를 두고 200만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한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보아 ㄱ씨 진정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쪽은 “새마을지도자중앙협의회와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 지위는 항상 같았고 오히려 남녀 성평등을 상징한다. 실제 부녀회원도 남성 지도자와 동일한 지위를 갖추고 있다”며 ㄱ씨 주장에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지도자 회원과 부녀회원의 구분은 성차별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새마을지도자는 남성으로만 회원자격을 제한해 여성은 새마을지도자가 될 수 없다”며 “‘지도자’라는 용어를 남성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지도자는 남성이 적합하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차별보다는 관행·경향과 같이 간접적 형태의 차별, 즉 성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차별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남성은 ‘지도자’, 여성은 ‘부녀회’로 구분한 것은 단순한 ‘구분’에 머무르지 않고 성역할 고정관념과 차별적 성인식을 강화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인권위는 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 새마을부녀회가 추진하는 서로 다른 사업 성격도 주목했다. 새마을지도자는 생활문화운동, 환경보전운동, 지역안전운동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지만, 부녀회는 ‘건전한 가정을 육성하고 지역봉사 활동을 통해 밝고 건강한 사회를 이룬다’는 목적에 따라 교육 및 홍보, 회원 상호 간 친목 유대 강화 등을 추진했다. 남성들이 모인 지도자회와 여성이 가입한 부녀회의 업무가 남성은 공적 영역에 종사하고 여성은 양육 등 돌봄에 집중하는 기존 성역할에 따라 나뉘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를 토대로 “두 단체의 역할 및 사회적 위상이 동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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