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시효, 인권 관점에서 폭넓게 인정해야”

등록 2022-06-08 17:55수정 2022-06-08 18:05

파기환송심→재상고심 거치며 소멸시효 쟁점화
하급심 엇갈리는 가운데, “넓게 해석해야” 지적
2021년 10월28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10.30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3년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의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1년 10월28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10.30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3년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의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문제를 계약법의 법리대로만 좁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권리 보장은 인권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8일 오후 열린 ‘일제피해자 강제동원 사건 관련 최근 법적 쟁점에 대한 토론회’에서 ‘과거사 사건에서 판례변경에 의한 권리행사 가능성과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군사독재 시절의 국가폭력이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사건과 같은 ‘전환기 사건’의 사법 문제는 그 사회가 얼마나 인권 친화적 국가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법원의 판결은 퇴행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소멸시효 쟁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살아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주제다. 앞서 일본 기업에 강제 징용됐던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과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한국과 일본 정부가 합의한 보상금에는 피해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권리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2012년 5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승소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파기환송심에도 불복해 재상고 하면서 2018년 10월 재상고심이 확정될 때까지 6년여 시간이 흘렀다.

문제는 이렇게 흘러간 6년여 동안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시효를 지났다는 새로운 쟁점이 생긴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2012년 5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피해자들의 권리행사에 장애가 되던 사유는 해소됐고, 그로부터 손해배상의 소멸시효 3년이 지난 2015년 5월로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피해자들은 재상고심까지 거쳐 재판이 최종 확정된 2018년 10월에 비로소 장애사유가 사라져 이때를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2018년 12월 광주고법 민사2부는 같은 취지 손해배상 소송에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손해배상 소멸시효의 산정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피해자 승소로 판결했고,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재판부는 2012년 5월 판결로 장애사유가 해소됐다며 일본 기업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과거사 사건에서 ‘소멸시효 항변’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려면, 피해자들의 권리행사가 지연된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권리행사가 지연된 사유를 대법원의 기준인 ‘법률상 장애’ 여부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사실상의 장애까지 염두에 두고 ‘권리 행사가 늦어진 점에 대해 피해자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은 법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금지된 것은 아니라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는 없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사건의 재상고심이 결론 나지 않고 6년 넘게 표류하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일반인들이 소송을 내는 결심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과거사 사건은 특수한 형태의 불법행위 사건인 만큼 소멸시효와 관련한 법리를 전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도 그는 강조했다. “계약법과 불법행위는 소멸시효 법리가 완전히 다른데, 우리 법원은 과거사 사건도 외상대금을 못 받은 사건처럼 계약법상의 법리를 적용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소멸시효 존재 이유를 인권 친화적으로 생각해 적절한 타당성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자구 해석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정의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