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 유학생 쩡이린씨 친구들이 1심 재판이 열리던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다 20대 대만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지만, 음주운전 사고에 엄벌을 내리는 사법부의 양형 기조는 유지되는 분위기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아무개(53)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20년 11월6일 밤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한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 유학생 쩡이린(당시 28살)을 치어 숨지게 했다. 김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79%로 만취 상태였다. 그는 이미 음주운전으로 두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다. 반복된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이 적용됐다.
1·2심은 김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던 지난해 11월 김씨에게 적용됐던 ‘윤창호법’의 가중처벌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해당 조항을 적용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지난 2월 파기환송심도 김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재판부 결정에 불복해 상고했다. 김씨 쪽은 형사소송법이 ‘원심 판결 형보다 중한 형’을 주는 걸 금지하는데,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징역 8년이 선고돼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김씨 상고를 기각했다.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심 판결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을 뿐이지 동일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환송 전 원심판결과 동일한 징역 8년을 선고한 데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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